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유엔 아이티 특사 자격으로 지진 발생 7일째인 18일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를 방문해 지원에 나섰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아이티 지원 기부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날 외동딸 첼시와 함께 도착, 공항에서 물품 상자를 직접 나르고 부상자 1,500여명을 수용한 포르토프랭스 종합병원을 찾아 의료진을 격려했다.
이날 클린턴 전 대통령은 특히 열악한 의료 지원 상황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마취제도 없이 수술을 받고, 알코올이 없어 보드카로 소독하는 현실을 보니 마음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미국 마이애미헤럴드는 이날 "대재앙 현장에 접한 클린턴 전 대통령의 눈엔 눈물이 흥건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그는 장 막스 벨레리브 아이티 총리와 르네 프레발 대통령을 잇따라 만났다.
아이티 내 구호활동이 확대되는 가운데 취재 기자들의 '만능' 활약이 화제가 되고 있다. 수술을 집도하는가 하면 출산을 돕거나 생존자를 구조해 내는 일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미 CNN 방송 의학전문기자인 산제이 굽타 박사는 12세 아이티 소녀의 뇌수술을 집도했다. AP등 외신에 따르면 신경외과 전문의 출신인 굽타 박사는 이날 아이티 해안에 정박 중인 미 항공모함 칼빈슨호에서 소녀 머리에 박힌 1.2㎝크기 콘크리트 파편을 제거하는 수술을 성공리에 마쳤다. 이 소녀는 칼빈슨호로 후송된 뒤에도 신경외과 의사가 없어 고통을 받던 중 이 소식을 접한 CNN 제작진이 굽타 박사에게 알려 그가 나선 것. 지진현장에서 헬기로 칼빈슨호에 날아온 굽타 박사는 수술을 마친 뒤 "도움을 줄 수 있어 영광"이라고 말했다.
앞서 17일에는 아이티의 한 산모가 미 abc뉴스 건강의학전문 수석 편집자인 리처드 베서 박사의 도움으로 기적적으로 출산에 성공했다. 취재 중이던 베서 박사는 아이티 한 공원 텐트 안에서 악취가 나는 갈색 양수를 흘리고 있던 이 산모를 발견, 포르토프랭스 공항 인근 이스라엘 야전병원으로 데려가 무사히 출산할 수 있도록 했다. abc뉴스는 "산모와 아이 모두 위험했으나, 기적적으로 출산했다"고 밝혔다.
지난 15일에는 호주 방송사 기자들이 건물 잔해 속에서 18개월 된 여아를 구조하기도 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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