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 피해자 김모(15)군은 검정고시 공고 시기를 떠올리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올해도 예년처럼 공고일이 앞당겨질 경우 검정고시 응시 자체가 불가능해져 내년 고교 입학 계획이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래 친구들에 비해 1년 늦게 고교에 들어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올해 중3이 돼야 할 김군은 지난해 말 학교 폭력을 당한 뒤 심각한 후유증을 앓았다. 담당 의사는 "당분간 학교에 나가지 않는 게 좋겠다"는 조언했고, 김 군은 학교를 포기하는 대신 1년간 집에서 검정고시를 준비해 내년 고교에 입학할 작정이었다.
그러나 검정고시 응시 사항을 검토하던 김 군은 벽에 부딪쳤다. 검정고시 공고일이 발목을 잡았던 탓이다. 6월 초 공고가 나면 무단결석일수가 69일(학년 정규 수업일수의 3분의 1)을 넘어 문제가 없지만, 공고일이 지난해 처럼 5월 말이 되면 응시 자체가 힘들게 된다.
19일 교육과학기술부와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원래 6월 초에 났던 검정고시 공고는 3년 전부터 5월 말로 앞당겨졌다. 저조한 내신을 보완하려고 학교를 그만둔 뒤 검정고시에 응시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내린 조치였다. 하지만 이때문에 검정고시를 제때 치러야 하는 학생들이 엉뚱하게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2002년부터 중학교 의무교육이 전면 실시로 중학교는 자퇴할 수 없게 돼 있다. 대신 무단결석이 수업일수의 3분의 1을 넘으면 교장이 판단해 정원외관리대상자로 분류, 검정고시에 응시할 수 있게 해 주고 있다.
문제는 검정고시를 보려면 교과부 훈령 719호 및 학교생활기록관리지침에 따라 공고일 전에 무단결석 기준을 넘겨야 하는데, 공고일이 앞당겨지면서 준비생 피해가 크다는 사실이다.
외국에서 자란 이모(16) 양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 양은 고입 검정고시를 치른 뒤 나이에 맞춰 고교에 진학할 생각에 다니던 학교를 나왔지만, 지난해처럼 공고가 5월 29일에 난다면 무단결석일수가 하루 모자라 고교 진학을 1년 더 늦춰야 할 판이다.
주의력결핍 및 과잉행동장애(ADHD)를 앓던 주모(16)군의 부모는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지난해 말부터 무단결석 중인 아들을 대안학교에 진학시킬 생각이었으나, 결국 포기했다. 무단결석일수 미달로 올해 검정고시 시험을 치르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진학 계획을 접었다.
교육 당국은 검정고시 공고일이 앞당겨진데 따른 부작용이 속출하자 내부적으로 개선책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과부 관계자는 "조만간 열릴 전국 시도교육청 관계자 회의에서 검정고시 공고일 문제를 논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철현 기자 k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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