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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원의 자녀 교육보감] <2> 사교육의 학습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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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원의 자녀 교육보감] <2> 사교육의 학습효과

입력
2010.01.20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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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 사교육 얘기를 꺼내려니까 식상하다는 느낌이다.

비판의 목소리는 높고 대안들도 다양하게 나온다. 하지만 정말 개선될 것이라는 희망은 보기 드물다. 불만은 하늘을 찌르지만 대부분 주어진 상황에 순응할 따름이다.

대한민국의 사교육은 몇 가지 측면에서 독특하다. 대다수 나라에서 사교육은 '보충'의 성격이 강하다. 못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능을 주로 담당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잘하는 학생을 더 잘하게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교육 없이 명문대에 진학하는 일은 하늘의 별따기처럼 여겨진다.

'보충'은 어느 정도 기준을 잡을 수 있지만 사교육 더 시키기를 경쟁전략으로 선택하면 무조건 많이 시켜야 한다는 압박감이 동반될 수밖에 없다.

결국 사교육비 지불능력과 명문대 진학 가능성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교육 본래의 순기능이 역기능으로 돌변한다. 계층 상승의 희망이 아니라 계층 고정이라는 좌절의 빌미로 작용한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사교육이 공교육과 경쟁관계에 있다는 점도 독특하다. 학교는 학교대로 교육과정을 만들어 진도를 나가고 사교육도 나름대로의 진도를 나가기에 바쁘다.

진도 나가기를 교육이라고 생각한다면 별다른 문제가 없다. 하지만 학습효과를 생각한다면 고민에 빠진다. 사실 학교 진도와 별도로 다른 진도를 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는 학생은 소수로 국한된다.

학교 진도를 충분히 소화하고도 남음이 있는 상위권의 일부 학생이 해당된다. 나머지 학생들은 우선 학교 진도를 제대로 소화하는 것이 급선무일 터인데 그저 진도 따라가기에 바쁘다. '예습(자습)-수업-복습(자습)'으로 이어지는 공부의 절대 사이클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수업은 과잉이고 자습은 절대 부족 상태에 빠지면 학습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진도의 중복과 낭비를 피할 수 없으며 공부한 내용을 자습을 통해 하나하나 기억으로 만들지 못하고 수업 듣기에 허덕이게 된다.

학교 진도라도 제대로 소화하면 좋으련만 바쁘게 움직여 또다른 수업을 받으러 이동해야 한다. 소화해야 할 진도에 대한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다. 공부 피로감만 깊어갈 따름이다.

수입이 줄어도 지출을 줄이지 못하는 사교육비지만 합리적인 선택과 효과적인 소비의 기준이 아리송하다는 점도 독특한 측면이 아닐까.

대학 평가도 이뤄지는 마당에 흔한 사용자 '평점 매기기'도 볼 수 없으며 각종 소비자 단체의 품질 평가에서도 사교육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인터넷에서 나름대로 평가가 이뤄지고는 있지만 가장 강력한 권력은 따로 있다.

바로 옆집 아줌마 통신이다. 만약 사교육 평가 전문기관이 생겨 결과를 공개하더라도 아름아름 퍼지는 입소문 앞에서는 역부족일 것이다.

소비는 학생이 하지만 구매는 주로 부모의 손에 달려 있다. 부모 자신의 심리적인 만족감을 위해 기꺼이 사교육비를 지불하겠다는 경우라면 모르겠지만 학습효과를 기대한다면 자구책을 찾아야 한다.

사교육 감별법이 절실한 이유이다. 우선 공교육과 사교육의 진도 문제에 대한 분명한 판단기준을 가져야 한다. 학교 진도 따로, 학원 진도 따로 나가는 식이라면 학습효과를 기대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서로의 진도 경쟁이 서로의 학습효과를 죽이는 역효과를 현장에서 너무도 많이 봐왔다. 그래서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학생의 진도 소화능력에는 무관심한 채 자기 진도만 나가기에 급급한 사교육은 피하라고. 다음으로 유명학원, 스타강사 사냥에도 경종을 울려야겠다.

학생에 대한 관심과 진실한 애정이 결여된 사교육은 대부분 공부 부담만 키울 뿐이다. 선생님을 학생이 좋아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강한 공부 거부감을 누그러뜨리고 의욕을 보일 수 있는, 그렇게 정서적으로 격려하는 선생님을 만나야 자발적인 공부를 하게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학생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부모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사교육은 대부분 부모의 대리인으로 인식되기 마련이다. 부모는 어렵게 찾은 비싼 사교육인데 효과를 못 보면 본전심리까지 발동해 아이를 미워하게 된다.

자신의 의견은 묵살한 채 사교육을 강요당한 아이는 부모를 원망하기 마련이다. 반드시 피해야 할 상황인데 주변에 너무나 흔하다.

안타깝지만 공교육의 부실이 사교육을 낳았다. 이제는 공교육 살리기에도 관심을 보일 때가 된 것 같다. 우선 교육감 선거 투표율 올리기부터 해보면 어떨까.

비상공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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