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황되게 살아온 우리 세대의 삶을 소설을 통해 반성하고 싶었습니다. 근면하고 정직하게 산업화를 이룬 아버지 세대, 재바르게 살아가는 아들 세대에 비해 지금의 40~60대는 출세와 허영을 좇으며 자신과 가족에게 정직하지 못한 삶을 살아왔습니다."
1996년 출간돼 25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장편소설 <아버지> 의 작가 김정현(53)씨가 다시 '아버지'를 제목에 쓴 새 장편소설 <아버지의 눈물> (문이당 발행)을 출간했다. 2008년 말 가족에 헌신적인 중년 남성의 실화를 소설로 썼던 <고향 사진관> 이후 1년여 만에 나온 그의 신작이다. 고향> 아버지의> 아버지>
소설은 한 50대 남성의 파멸의 기록이다. 주인공 김흥기는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정치적 야심이 있는 공학자 백창현 밑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가족을 건사하는 인물. 하지만 그의 중년은 내우외환에 빠진다. 지방대생인 맏아들은 가족에게 일방적으로 학교 자퇴를 선언한 뒤 등록금을 들고 나가 연락을 끊고,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차남과 김흥기의 아내는 무능력한 가장을 대놓고 무시한다. 한때 주식으로 재미를 봤던 김흥기는 주가 폭락으로 생긴 손실을 메우려 급기야 공금에 손을 댄다. 이런 사정을 안 친구 최상길은 그에게 접근, 빚을 갚아줄테니 백창현의 신기술을 빼돌려 달라고 은밀히 제안한다.
줄곧 아버지와 가족을 작품의 소재로 삼아온 작가 김씨는 다시금 이야기꾼의 면모를 과시하며 가정과 사회에 모두 치여 휘청거리는 우리 사회 중년 가장의 고뇌를 실감나게 묘사한다. 소설은 기술 유출의 공범이 된 주인공이 자신에게 어머니나 다름없는 누나의 눈물을 떠올리며 경찰에 자수하는 것으로 끝맺는다. 가족들은 회개한 가장을 따뜻히 감싸안는다.
19일 서울 인사동에서 기자들을 만난 김씨는 "우리 세대에게 '아직 시간이 있으니 세상을 긍정하며 희망을 찾아 나서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 를 쓸 땐 갓 마흔 살 나이여서 중년 가장의 비애를 온전히 느끼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며 "나 스스로 삶의 부침을 겪고 자녀를 키우며 눈물도 쏟고 나니까 좀더 와닿는 소설을 쓸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8년째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그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처럼 5,000년 중국사를 펼쳐 보이는 '중국인 이야기'를 집필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로마인> 아버지>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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