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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거리의 아이들' 부모 생사도 모른채 타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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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거리의 아이들' 부모 생사도 모른채 타국으로

입력
2010.01.20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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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겨야 할까, 슬퍼해야 할까. 지진으로 부모를 잃고 무방비 상태로 거리를 떠도는 아이티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서방국가들의 입양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재앙 속에서 어린이들을 보호하는 측면이 크지만, 상당수는 기본적 확인과정이나 절차도 지키지 않고 외국으로 넘겨져 또 다른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19일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아이티 고아 300명의 미국 가정 입양이 성사됐으며, 이미 6명은 지난 17일 플로리다로 와 미국인 양부모를 만났다. 네덜란드는 아예 아이티 고아 109명을 데려오기 위해 18일 전세기까지 보냈다.

유니세프(UNICEF)에 따르면 아이티에는 이번 지진 전까지 38만명의 고아가 있었다. 처참한 지진 피해로 고아들의 숫자는 훨씬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구나 고아들의 보육원도 붕괴돼 기존 고아들도 상당수 집을 잃고 떠돌고 있다.

이들을 다른 국가에서 재빨리 품어주는 것은 고마운 일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문제는 서방 국가들이 기본적 이력조사도 하지 않은 채 입양절차를 건너 뛰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비상사태'이므로 서류작성을 간소화하거나 생략했다고 밝혔고, 네덜란드 법무부 장관도 지난 주말 "여행 및 입양 서류 작성이 불완전해도 아이티 고아들의 입국을 허용한다"고 승인했다. 이 때문에 아이티 어린이 44명은 아직 아이티 법원으로부터는 입양 승인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네덜란드 양부모까지 정해졌다. 이대로라면 부모 생사도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티 아이들이 외국으로 보내지게 되는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런 상황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가디언은 국제아동보호기구연합 전문가의 말을 인용, "절차 없이 미국으로 이송된 아이들은 사기, 학대, 인신매매 등의 위험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방국가들이 재해지역 어린이들을 상대로'묻지마 입양'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5년 파키스탄 카슈미르 지진 때도 수만명의 고아들이 대규모로 모아진 뒤, 적절한 가족 조사절차도 거치지 않고 외국으로 보내졌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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