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한국 국제구조대의 숙영지에서 차로 20분쯤 떨어진 '벨빌(Belvil)'에는 고급 주택촌이 있다. 이곳의 현지 한국 교민은 "아이티는 부자와 그렇지 않은 자가 철저히 나눠져 있다"며 "부자는 절대 다른 부류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5개월 전 이곳으로 이사온 이 교민은 신변안전 문제 때문에 집 임대료에다 경호비용까지 한 달에 2,500달러를 쓴다고 했다. 아이티인들의 한달 월급은 보통 3,000구드, 미화로 70달러 정도. 일자리 잡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인 아이티인들에게는 상상할 수도 없는 금액이다.
교민을 따라 17일(현지시간) 돌아본 벨빌은 말 그대로 별천지였다. 차가 입구에 들어서자 육중한 차단막이 가로막았다. 입구에서부터 주민이 아니면 들어갈 수 없다. 신분 확인 뒤 차단막 안으로 들어서자 전혀 다른 세상이 나왔다.
저택이라고 해도 손색없는 고급주택들이 줄지어 서 있다. 입구 쪽 한 저택의 야외 접대시설이 지진으로 무너진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멀쩡했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조깅을 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밖에는 거리에 시신이 나뒹구는데 격리된 울타리 안에서 여유 있게 운동을 즐기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벨빌1, 벨빌2, 벨빌3이라고 구획을 알리는 팻말이 곳곳에서 보였다. "여기 주택이 전부 몇 채냐"고 물었더니 "나도 모른다. 아무튼 굉장히 많다"고 했다. 차 4대가 한번에 충분히 오갈 수 있는 도로가 주택가 곳곳에 나 있는 것으로 보아 적어도 수백 채는 됨직 했다.
집 내부도 대단했다. 수영장이 있었고, 응접실로 보이는 방도 여러 개인 것 같았다. 이 곳 주민은 대부분 현지인이지만, 외국인도 적지 않다고 한다. 신변안전 때문에 외국인은 돈이 부족하더라도 결국 이곳으로 온다고 했다. 포르토프랭스에는 벨빌 외에 '떼오닷(Theodatt)'이라는 고급촌도 있다. 한국 교민은 안전문제 때문에 대체로 이 두 곳에 많이 산다.
밤이면 포르토프랭스는 암흑천지가 되지만 따바 거리에 있는 미 대사관 건물은 24시간 휘황찬란하다. 아이티의 두 얼굴이다.
포르토프랭스(아이티)=황유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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