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전국교직원노조 가입 교사가 많으면 학생들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교육과학기술부 용역 연구 결과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이인재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19일 서울 여의도동 국민일보빌딩에서 한국노동연구원 주최로 열린 ‘교원 노사 관계 평가와 발전 방안 토론회’에서 교과부의 의뢰를 받아 진행한 ‘교원 노조와 학업 성취도의 관계’라는 주제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교수는 2004년 한국교육고용패널 자료에 근거해 “전교조 가입 교사의 비율과 학생 수능 성적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마이너스 관계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교조 가입 교사의 비율이 10% 높으면 해당 학교 학생의 언어영역 표준점수는 0.5~0.6점, 백분위 점수는 1.1~1.3점 낮았고 외국어영역은 표준점수 1.1~1.3점, 백분위점수 1.5~2.0점이 떨어졌다는 주장이다. 한국교육고용패널 자료는 2004년 고3 학생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된 것이다.
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가입 교사의 비율은 수능 성적과 특별한 연관성이 드러나지 않았고, 담임교사의 전교조 가입 여부 역시 연관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교수는 “전교조 교사 개인을 통해서가 아니라 학교 경영 등 집단적 경로를 통해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연구 결과에 대해 방법론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성기선 가톨릭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는 입학부터 졸업 때까지 시간적 흐름 속에 각 시기별 교사들이 어떤 영향을 줬는지 파악돼야 한다. 횡단적 자료에 근거해 단순히 특정 시점의 학생 수능 성적을 전교조 가입률과 연결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자체 조사에 따르면 교원 단체 회원 1인당 서울대 합격자 수는 전교조가 0.11명, 교총이 0.04명”이라며 “악의적 의도가 담긴 연구”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 역시 “서울의 경우 남부교육청에 전교조 교사들이 많지만 이 지역은 원래 학업 성취도가 떨어지는 지역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발이 커지자 이 교수는 “전교조 교사 비율과 수능 성적 간에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해석하면 안 되고 통계적으로 분석한 현황으로 봐야 한다”며 “학교 운영이 비효율적일수록 전교조 가입이 늘어나고, 낮은 수능 성적으로 이어지는 역인과관계일 가능성도 있다”고 한발 뺐다.
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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