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매사추세츠주는 공화당엔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1972년 이후 한 번도 이곳에서 상원의원을 배출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해 별세한 에드워드 케네디 의원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19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매사추세츠 상원의원 특별 선거는 별 어려움 없이 민주당에 승리를 안겨줄 것으로 예상됐었다.
2주 전까지 이를 의심한 민주당원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18일 여론조사에서 흐름은 뒤집어졌다. 크게 뒤지던 공화당 스콧 브라운 후보가 부동층을 흡수하면서 민주당 마사 코클리 후보를 오히려 5% 포인트 가량 앞서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워싱턴 정가는 격차가 박빙이지만 추세를 봤을 때 브라운의 승리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공화당 승리 땐 건보개혁 위기
브라운 후보가 승리하면 민주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개혁의 문턱에서 좌절할 수 있는 상황에 빠진다. 상ㆍ하원 합의만 남긴 건강보험개혁안 최종 통과의 저지선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민주당 58석과 친 민주당 무소속 2석이 합쳐져 가까스로 60석을 유지, 40석의 공화당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를 막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매사추세츠에서 공화당이 1석을 추가, 민주 대 공화 의석수가 '59 대 41'로 변하면 공화당이 상하원 통합안 심의과정에서 필리버스터를 가동할 수 있게 된다. 자칫 건보개혁안 처리가 중간선거 이후로 미뤄질 수도 있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건보개혁에 전부를 건 오바마 대통령에겐 이번 선거는 그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느냐, 마느냐의 '빅 매치'인 셈이다.
AFP통신은 이런 이유로 "유권자들은 상원의원과 함께 오바마 개혁안의 운명도 결정하게 된다"고 18일 보도했다. 상황의 심각성을 잘 아는 오바마 대통령은 아이티 지진으로 여유가 없는 와중에도 지난 주말 코클리 후보의 유세에 동참했고 '마틴 루터 킹 기념일'인 18일에도 민주당 의원들을 매사추세츠로 불러들였다.
중간선거까지 민주당에 악영향
민주당의 매사추세츠 패배는 단지 건보개혁의 좌초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11월 중간선거에도 악영향을 끼쳐 자칫 의회 주도권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다. 공화당 전략가 브래들리 블레이크만은 "브라운이 승리하면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크게 흔들리는 징조를 보게 될 것"이라고 폴리티코 지에 말했다.
민주당은 건보개혁안 처리가 벼랑 끝으로 몰리는 상황을 대비, 일찌감치 대안 짜내기에 머리를 맞대는 모습이다. 뉴욕타임스는 "백악관과 민주당이 '건보개혁안 구하기'에 돌입, 공화당이 끼어들 여지를 주지 않기 위해 하원이 빨리 상원안에 동의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고 19일 보도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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