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교회가 서울 서초동 대법원 옆에 짓기로 한 새 예배당을 놓고 기독교계 안팎이 시끄럽다. 사랑의교회는 교계 원로인 옥한흠(72) 목사가 1978년 개척한 교회로 현재 출석 신도 수가 4만 5,000여명에 이른다. 지난 10일 이 교회는 2만 407명의 신도가 참석한 가운데 공동의회를 열고 95.9%의 찬성으로 예배당 신축안을 통과시켰다. 부지 매입비(1,174억원)를 포함해 총 2,100여억원이 드는 공사다.
이를 놓고 잡음이 일자, 오정현(사진) 사랑의교회 담임목사는 1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사랑의교회에 의해 다시 촉발된 ‘교회 대형화’ 논란의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회가 엄청난 규모로 커지는 이른바 ‘메가 처치(mega church)’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세계 최대 규모인 순복음교회를 포함해 전세계 50대 대형 교회 가운데 27개가 한국 교회다. 그럼에도 사랑의교회 신축 문제가 새로이 불거지는 것은 이 교회가 갖고 있던 상징성 때문.
사랑의교회는 신도들의 영적인 육성에 힘을 쏟고, 담임 세습과 불투명한 재정 같은 한국 교회의 고질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워 건강한 대형 교회의 모범으로 여겨져 왔다. 오 목사는 19일 간담회에서 “이번 논란을 겪고서, 우리 교회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큰지 절감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랑의교회가 예배당 신축의 불가피한 이유로 내세우는 것은 교인 수에 비해 턱없이 좁은 공간이다. 오 목사는 “주일날 본당에 들어오려는 경쟁률이 4대 1에 이르는데 이는 목양(牧羊)적 위기”라며 “500명의 신도가 나올 때 지은 건물에서 그 100배에 이르는 신도가 예배를 보는 것은 분명 비정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논거를 뒤집으면 곧 ‘불어난 신도 수만큼 교회가 무한정 커져야만 하는가’라는 반문이 된다.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지난 13일 성명을 내고 “각 지역에 고사 직전에 있는 수많은 교회들이 있다. 이 교회들은 충분한 공간을 갖고 있지만 오는 교인이 없어 문을 닫기 직전이다. 이런 교회도 주님의 몸 된 교회라는 성경적 믿음이 있다면, 당연히 먼 곳에서 찾아오는 교인들을 거주지역 교회들로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회가 대형화하면서 신도들이 영적으로 교류하는 공동체라는 교회의 본래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블랙홀처럼 신자를 빨아들인 대형 교회의 성직자들이 수만명이나 되는 신도들의 얼굴이나 제대로 기억하겠느냐는 비판이다. 이에 대해 사랑의교회 권영준 장로(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클린 인터넷 문화운동이나 정직한 납세 등 이른바 ‘소셜 트랜스폼’은 소규모 교회에서는 불가능한, 대형 교회에 주어진 하나님의 소명”이라며 대형 교회의 의미를 강조하기도 했다.
사랑의교회가 강남의 노른자 땅에 새 예배당을 짓는 것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교회 개혁과 건강한 설교를 내세우던 사랑의교회가 한국 사회의 기득권 계층 속에 뿌리를 내리려 한다는 지적이다. 권 장로는 이에 대해 “빈부격차, 성매매, 개인주의화 등 강남은 한국 사회의 많은 문제가 벌어지고 있는, 영적인 땅끝이며 우리 교회는 이곳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영적 소명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사랑의교회는 이미 건축헌금 등의 형식으로 건축비용 가운데 1,400여억원을 모았으며 3월 중 착공해 2012년까지 새 예배당에 입당할 계획이다. 오 목사는 “지진 참사를 겪은 아이티에 100만불을 지원하는 등 건축헌금의 십일조 이상을 사회를 섬기는 데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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