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 대한 당론을 원안에서 수정안으로 변경할지 여부를 놓고 한나라당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정몽준 대표가 19일 세종시 당론 변경 방침을 공식적으로 거론한 가운데 친박계는 당초 당론인 원안을 고수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정 대표와 친이계를 겨냥했다.
정 대표는 이날 정당 대표 라디오 연설을 통해 세종시 문제에 대해"이명박 대통령부터 일선 당원에 이르기까지 모두 마음을 열고 대화하게끔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며 "당론을 확고하게 정하고 대오를 가지런히 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수정안을 반대하는 박근혜 전 대표와 충돌한 데 이어 나온 이 같은 발언은 수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는 "원안과 정부안을 한 번 비교해주기 바라며 그 판단의 기준은 오로지 충청지역과 국가의 미래"라면서 "모든 당원이 집권당의 책임을 생각하고 동지애를 발휘해 달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이날 당 지도부와 함께 대전을 찾아 '대전시당 국정보고대회'를 열고 세종시 수정안 추진 의지를 재확인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이날 행사에서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과천이 25년간 발전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박정희 전 대통령이 과천에 제2청사를 만든 것은 잘못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실상 박 전 대표를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정 대표 측근인 전여옥 의원도 이날 친박계를 겨냥해 "같은 당에서 대화와 토론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특정 계파에 이름이 오르는 국회의원 이전에 한나라당의 국회의원이고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말했다.
반면 박 전 대표 비서실장 출신인 유정복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당 대표가 현재까지 당론인 원안 추진을 두고 수정안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라며 "당 대표가 말을 바꾸게 되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겠느냐"고 정 대표를 정면 공격했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행정부처가 (세종시에) 오면 거덜날지도 모른다'는 정운찬 총리의 발언에 대해 "도대체 국민들의 수준을 어떻게 알고 하는 이야기냐"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전날 박 전 대표를 겨냥해 탈당 및 분당 가능성을 거론한 홍준표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도 "2004년 당이 바닥까지 갔을 때 박 전 대표처럼 눈물로 호소하면서 한나라당을 살려달라고 얘기한 적이 있느냐"며 "한마디로 배은망덕"이라고 비난했다. 친박계 조원진 의원도 성명서를 내고 "정부는 협박과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면서 수정안 철회를 촉구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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