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정부가 코카잎을 원료로 만든 탄산음료'코카콜라(Coca Colla)' 생산에 나선다는 소식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청량음료 '코카콜라(Coca Cola)'에 'l'자 하나만 더 넣은 이름이다. 코카 재배는 볼리비아 900만 인구의 65%나 되는 인디오 빈민들의 주요 생계수단이지만, 현 모랄레스 대통령 이전의 친미 정권은 '코카 제로' 정책을 펴온 미국의 압력으로 코카 재배를 강력하게 억제했다. 코카잎은 콜라의 주성분이면서, 마약'코카인'의 원료이다. 반면 2006년 집권한 모랄레스는 농민들의 생존권 보호를 위해 코카 재배를 양성화했다.
■ 볼리비아에선 어린이들이'코카콜라(Coca Cola)'와 함께 코카잎을 씹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코카콜라의 브랜드 가치는 총 687억 달러로 세계 1위. 볼리비아는 1인당 국민소득 1,342달러(IMF 2007년 기준)의 빈국으로, 강진이 엄습한 아이티와 비슷한 수준이다. 볼리비아가 코카잎 탄산음료 생산을 추진하는 것은 미국식 자본주의의 상징인 '코카콜라(Coca Cola)'에 타격을 주고 코카 재배 농민의 소득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래서 코카잎 탄산음료의 색을 검은색에 가깝게 만들고, 상표도 붉은 색으로 표시할 계획이다.
▦ 볼리비아 원주민은 허기를 달래고 고산병을 가라앉히는 약초로 2000년 넘게 코카잎을 섭취해왔다. 지금도 농부나 광부들은 일을 할 때 코카잎을 껌처럼 씹는다. 배고픔과 피로를 달래주는 효과가 있다. 코카잎은 빵과 차, 술에도 이용된다. 톡 쏘는 맛의 코카콜라는 1886년 미국 애틀랜타의 약제사 존 펨버튼이 코카잎과 콜라나무 열매 등을 이용해 개발했다. 처음에는 피로 해소 및 두통 치료제로 팔렸다. 그러나 콜라의 잠재력을 알아본 챈들러라는 사업가가 제조법을 사들여 1893년 '코카콜라'를 상표명으로 등록했다.
▦ '코카콜라(Coca Colla)'를 생산하겠다는 볼리비아 정부의 주장은 상표법을 무시한 억지이다. 원재료 표시인 '코카'나 보통명사가 된'콜라'가 상품명에 단독으로 들어갈 수는 있지만, '코카콜라'는 철자가 달라도 쓸 수 없다. 상표법은 유명 브랜드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소비자들의 오인을 막기 위해 독점을 허용한다. 그래도 볼리비아 콜라만큼은 제약 없이 판매됐으면 좋겠다. 남미 코카잎으로 만드는 '코카콜라(Coca Cola)'가 부를 독점하고, 정작 코카잎 생산 농민들은 빈곤에 시달리는 것은 아무래도 정의롭지 못하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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