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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금연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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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금연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입력
2010.01.18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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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금연하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신문과 방송에서는 관련기사를 앞다투어 내보낸다.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지난해 하반기 흡연율은 43.1%로 상반기의 41.1%보다 2%포인트 높아졌다. 9년 동안 꾸준히 하락하던 흡연율은 2008년 하반기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다. 불황이 깊어지면서 서민들의 삶이 고단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다행히 보건복지가족부는 적극적이고 강력한 금연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랫동안 관련 연구와 금연 운동을 했던 경험으로 볼 때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개인의 금연이나 정부의 금연정책, 사회의 금연운동이 성공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동안 정부와 시민단체, 국립암센터 등의 노력으로 흡연하는 사람들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길거리에서 뒷사람을 고려하지 않고 흡연하는 사람들은 여전하고 지하철과 건물 입구 바로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더 늘어만 간다. 그러다 보니 길을 걷거나 지하철이나 건물 입구를 통과하려면 영락없이 간접흡연을 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만든 담배 연기가 죄 없는 주변 사람들에게 흡입되어서 폐암 유방암을 비롯한 각종 암과 심장 질환, 뇌혈관 질환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을까.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주는데도 길거리나 입구에서의 흡연은 삼가 하지 않는다.

아파트 입구나 베란다, 심지어 계단에서 흡연하는 모습도 종종 보게 된다.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집안에서 흡연할 정도로 용감한(?)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그 담배 연기가 이웃 주민에게 간접흡연을 유발한다는 사실은 모르는 것일까?

어디 그뿐인가. 건강을 위해 열심히 운동을 하고 난 뒤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환기장치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는 화장실에서 담배를 줄곧 피워대 다른 사람들을 곤혹스럽게 하는 이들, 건물에서 지정된 흡연실 문을 열어 놓은 채 문밖으로 담배 연기가 흘러 나가든 상관없이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도 아직 줄지 않고 있다.

음식점과 같은 공공장소에서도 주변을 아랑곳하지 않고 담배를 피운다. 가족과 이웃에게 간접흡연을 강요하기는 마찬가지다. 일정한 넓이 이상의 공간에서는 흡연구역과 금연구역을 나누도록 한 법규도 문제다. 개방된 공간에서는 실내 공기가 흐르기 때문에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단순한 과학을 몰라서 그렇게 법을 만든 것일까. 직접흡연을 하지 않더라도 흡연하는 공간에 2시간 동안 있으면 담배 4개피를 피운 것과 같은 영향을 미친다. 더군다나 닫힌 공간에서 흡연을 허용한다면 아무리 강력한 환풍기를 틀더라도 실내 공기는 깨끗해지지 않는다. 허리케인이라도 불지 않는 이상.

세계보건기구, 미국식품의약청, 정신과 진단기준에서 흡연은 마약과 같은 중독성이 강하다고 인정하고 있다. 아직도 담배를 기호품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나, 간접흡연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금연구역 확대를 인권 침해나 규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는 금연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 경제성장을 저해한다거나 물가상승을 유발한다는 후진국적 경제논리가 아니라, 국민 건강이 곧 지속성장의 원동력이라는 새로운 발상에 금연정책의 바탕을 두어야 한다. 금연구역을 지정해 비흡연자를 보호하는 방향이 아니라 흡연은 반드시 지정된 장소에서만 가능하다는 사회적 규범을 만들어야 실질적으로 흡연 인구가 줄어들고 건강 선진국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금연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윤영호 국립암센터 책임연구원 가정의학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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