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 농민들은 자식 같은 소 돼지를 강제로 살처분하고, 앞으로의 생계를 걱정하고 있는데 제주 올레길 탐방이라니요."
18일 경기 포천시의 한 축산 농민은 인터넷을 검색하다 혀를 끌끌 찼다. 구제역 때문에 말 그대로 아수라장인 이 지역 및 인근 지역의 시의회의장 6명이 13~15일 제주로 연찬회를 다녀왔다는 기사였다. 연찬회 목적은 '임기 말 성공적 의장 직무 수행 전략 수립'이었다지만 일정을 보면 첫날과 마지막 날 교육 프로그램 5시간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올레길 탐방 등으로 짜여져 있었다.
2일 포천 시내에서 구제역 의심 소 6마리(나중에 확진)가 신고되면서 시작된 이번 사태는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포천시와 인근 지방자치단체는 총력전에 들어갔다. 축산 농민이나 공무원은 물론이고 경찰관, 시민 단체 회원도 밤낮없이 방역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의장들이 관광성 연찬회를 갔다 왔다고 하니 주민들이 실망하는 것도 당연하다.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의장들은 "연찬회 일정이 미리 잡혀 있었기 때문에 불가피했다"며 "출발 전까지만 해도 구제역과 관련한 특이 사항이 없었던 데다 2차 구제역 발생 때도 의장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어 일정을 마무리하고 돌아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연찬회 출발일은 이미 1차로 구제역이 발생한 시점이었으니 일정이 미리 잡혀 있었다고 해도 안 떠나는 게 옳았다. 또 출발일에 2차 구제역이 나타났기 때문에 중간에 돌아올 수도 있었다. 의장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는데 직접 자원봉사에 나서거나 방역 작업을 하는 사람들을 격려하는 일도 할 수 있었다.
의장은 지역사회의 어르신이다. 이런 직분을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깊이 생각해 볼일이다.
강주형 정책사회부 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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