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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석 특파원 아이티 한국구조단 동행 2信/ 시루떡처럼 무너진 아이티 중앙銀, 소름돋을 정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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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석 특파원 아이티 한국구조단 동행 2信/ 시루떡처럼 무너진 아이티 중앙銀, 소름돋을 정적만

입력
2010.01.18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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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밤 아이티 중앙은행 보안 책임자로부터 한국 구조대에 갑작스런 요청이 왔다. 구조대가 도미니카 공화국 산토도밍고에서 차로 10여시간을 달려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숙영지에 도착한지 서너시간 만이다. 붕괴된 중앙은행 건물에 생존자나 사망자가 있는지 탐사해달라는 것이었다.

구조대 백근흠 긴급기동팀장은 이미 해가 진 뒤였지만 생존자 발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출동을 결정했다. 먼저 현장을 답사한 뒤 저녁 7시 대원들과 함께 출동했다.

현장까지는 차로 30여분. 초저녁이었지만, 주위는 암흑천지였다. 지진으로 전체 전력망이 붕괴됐기 때문이다. 집 잃은 사람들은 도로에까지 나와 이불, 모포 등을 깔고 앉아 있었다. 길 안쪽에서는 부서진 집기 등을 태우는 불길이 곳곳에서 치솟았다.

도로를 가득 메운 주민들은 달리는 차량에 접근해 돈을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젊은이들은 오토바이로 차량 사이를 비집고 다니며 마구 경적을 울려댔다. 현지 운전사는 "속도를 늦추면 안전에 문제가 생기니 위험하더라도 속력을 내겠다"고 했다.

성한 건물이 하나도 없었고 길거리의 사람들은 마치 먹이를 찾아 들판으로 나온 들짐승을 연상케 했다.

곡예하듯 차를 몰아 도착한 파베(Pavee) 거리의 중앙은행 건물은 옆 부속건물이 완전히 무너져 있었다.

중앙은행 경비책임자인 프라니즈 르그로(57)는 "행정과 교통, 보안업무를 하던 곳"이라며 "지하에 주차장이 있어 사망자가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6명의 구조대원은 구조견 두 마리와 함께 현장 곳곳을 살폈다. 인명탐지레이더, 내시경 등 개인장비를 동원해 작업을 벌인 지 30여분, 내시경으로 잔해 속을 들여다보던 이용진 대원은 "주차장 부근에 시신이 많은 것 같고 생존자 가능성은 거의 없는듯하다"고 말했다.

이 대원은 "V자형이나 비스듬히 무너져야 공간이 생겨 생존 가능성이 큰데 시루떡처럼 납작하게 무너져 기대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부속건물과 90도로 이어진 본관건물은 정반대로 멀쩡했다. 르그로는 "최근 프랑스가 지은 본관은 내진설계가 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백 팀장은 일단 철수를 명령했다. "완전히 어두워져 제약이 많다"며 다음날 아침을 기약했다.

숙영지에 돌아오니 정문 좌우에 중무장한 미군들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미 노스캐롤라이나의 포트 브래그에서 온 육군 경비 지원단이었다. 이날 50명이 도착했고 수일내로 300명까지 증원된다고 했다.

앤드루 살모 대위는 임무를 묻자 "알려줄 수 없다"면서 "아이티인들을 돕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한국 구조대의 숙영지 보안도 임무 중 하나인 듯 했다.

포르토프랭스(아이티)=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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