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또래 아이들이 지니기 마련인 호기심과 장난기가 커다란 눈망울 안에 넘실거린다. 어른들 마음이야 어떻든, 녀석들은 카메라기자의 뜻밖의 호의(?)가 마냥 신나고 신기하다.
17일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난민촌. 수만 명의 생명을 앗아간 참사가 난 지 갓 닷새가 지났고, 저 사진의 프레임 바깥에는 유엔이 "이처럼 참혹한 재앙은 경험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은 지진의 상처들이 널려 있을 것이다. 그래도 재난이 저 아이들까지 주눅들게 하진 못한 모양이다.
참사 이후 외신은 현지 사진을 하루 800여 장 꼴로 전하고 있다. 파리한 주검들과 애끊는 절규, 분주한 구조ㆍ봉사 활동, 구호물자를 움켜쥐려는 절박한 손짓들….
식량과 물 배급이 더디고 부족하고 또 무질서하고, 그러다 보니 생존자 구조현장 한 켠에서 식량 한 줌이라도 더 받겠다고 다투는 이들도 있고, 이래저래 불평들도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작가 존 버거는 "참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그것 자체로 하나의 희망"이라고 말했다. 불평도 희망이다.
아이티 국기 중앙의 국장(國章)에는 'L'UNION FAIT LA FORCE(단결은 힘)'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힘센 나라와 힘센 독재자에 맞서 기어코 독립을 이루고 자유를 쟁취한 이들이다. 재난도 극복해낼 것이라고, 아이들의 저 웃음이 말하고 있다.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사진 포르토프랭스=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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