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가장 간행 시기가 이른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가 발견됐다.
박재연(52) 선문대 중어중국학과 교수는 18일 "최근 고문헌 연구가인 이양재씨로부터 '삼국지통속연의(三國志通俗演義ㆍ사진)'를 입수했다"며 "이 책은 조선 명종 연간인 1552년부터 1560년대 초중반 사이에, 병자자(丙子字)라는 동활자로 간행됐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판본이며 활자본으로는 한ㆍ중ㆍ일을 통틀어서도 가장 오래된 판본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삼국지연의'는 1622년 간행된 목판본이다.
이번에 발견된 판본은 전체 12권짜리 책 가운데 8번째 권으로 상ㆍ하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크기는 가로 19.5㎝, 세로 30.5㎝다. 박 교수는"중국의 가정본(嘉靖本ㆍ1522)과 주왈교본(周曰校本) 갑본(1552)을 저본으로 하면서도 상ㆍ하권으로 분류해 간행한 독자적인 판본"이라고 말했다.
'삼국지연의'는 진수가 편찬한 '삼국지'와 배송지가 주를 붙인 '삼국지주' 등을 토대로 명나라의 나관중이 편찬한 소설로 최초의 판본은 가정본이다. 박 교수는 "조선시대에 많은 중국 소설이 간행됐지만 고문이 아닌 백화체(白話ㆍ중국 구어체)로 간행된 것은 '삼국지연의'가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에서 '삼국지연의'에 관한 최초의 기록은 조선왕조실록 선조 2년(1569) 6월 20일의 기록이다. 기대승이 선조에게 "'삼국지연의'가 나온 지 오래되지 않아 소신은 아직 보지 못했지만, 간혹 친구들에게 들으니 허망하고 터무니없는 말이 매우 많다고 하였습니다"고 말한 대목이다. 박 교수는 이를 근거로 이번에 발견된 판본이 주왈교본 갑본이 나온 1552년과 1569년 사이에 간행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박 교수는 23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 화봉갤러리에서 열리는 포럼에서 관련 내용을 발표한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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