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최근 법원의 용산참사 수사기록 공개방침과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무죄판결에 대해 대법원 고위 관계자를 출석시켜 현안보고를 받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가 개별 판결의 적절성을 놓고 사법부의 보고를 받은 것은 전례가 없어 자칫 정치권이 사법권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18일 국회와 법무부 등에 따르면 법사위는 19일 오전 이귀남 법무부장관과 이진성 법원행정처 차장을 출석시켜 현안보고를 받는다. 여당의 요청에 의해 이뤄진 이날 회의의 주요 안건은 최근 법원과 검찰의 갈등으로 비화한 용산참사 수사기록공개와 강기갑 대표의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에 대한 법원 판결 건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서울남부지법은 강 대표의 국회 내 폭력 행위에 대해 "법적으로는 무죄"라고 판결했고, 서울고법은 논란이 되던 미공개 용산참사 수사기록 2,000여 쪽을 변호인 측에 공개해 검찰과 여당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여당은 법원 판결의 옳고 그름을 직접 따져 묻겠다는 입장이다. 전날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은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대법원장을 비롯한 사법부 어른들은 후배들이 겁나서 나서지 않고, 일부 후배는 판결로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면서 "사법부 개혁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사법부의 개별 판결을 문제 삼는 것은 3권 분립이라는 민주주의의 대원칙을 무시하는 '비(非)법치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대법원 관계자는 "국회가 지금까지 법원의 개별판결을 놓고 대법원 관계자를 출석시킨 전례가 없다"라며 "대법원이 출석요구에 응해서는 안 된다는 내부 의견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국회법에 따르면 사법행정ㆍ정책 분야는 입법부에 보고할 수 있지만 법원 판결은 전적으로 사법부의 영역"이라며 "이날 법사위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예상보다 거센 후폭풍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의식한 듯 일부 법사위 의원들은 이날 가급적 발언을 자제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서울고법이 김석기 전 경찰청장 사건을 용산참사 항소심 재판부에 재배당하게 된 경위 등 절차문제에 질문이 집중되고, 재판내용 자체에 대해선 일부 의원이 간단히 언급하고 넘어가는 분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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