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은 현 양국 경제관계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침체타개를 위한 다양한 공조가 진행됐음에도 불구, FTA는 교착상태에서 한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
적어도 FTA 측면에서 본다면, 협상을 타결 지었던 과거 정부(노무현-부시행정부)에 비해 오바마 행정부 출범 후 양국 경제관계는 오히려 후퇴한 면이 있다는 평가다.
박현수 삼성경제연구소 글로벌연구실 수석연구원은 "오마바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방한해 가진 정상회담에서도 FTA에 대한 원칙적인 입장 표명 외에 FTA에 대해서는 어떤 태도도 보이지 않았다"며 "지난 1년 사이 한미 경제관계에 있어 특별히 좋아진 것도 나빠진 것도 없는 답보 상태"로 평가했다.
실제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지난해 11월)을 앞두고 국내에서는 2007년 4월 타결된 뒤 2년 반 이상 잠자고 있던 한미 FTA가 긴 잠에서 깨는 듯 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언제 통과 될지 모르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이후 게리 로크 미 상무장관도 "비준안을 회의에 보낼 구체적인 계획표를 갖고 있지 않다"며 한미 FTA 법안의 연내 의회 통과 불가에 사실상 쐐기를 박았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은 편은 아니다. 우선 미국내 산적한 현안들이 너무 많다. 한미FTA가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이 틈에 통상문제가 이슈로 자리 잡기가 매우 힘들다는 것이다.
무역협회 통상연구실 관계자는 "당초 건강보험 개혁 문제가 올 초에 마무리되면 올 상반기에 통상 문제가 이슈화돼 의회 비준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건보 개혁 문제가 아직 마무리가 안되고 있고, 미국 경기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어 미국 내 실업률을 높일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한미 FTA의 연내 논의는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어두운 전망을 알리는 신호는 또 있다. 미국 내 정치 상황이다. 재 구 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장은 "중간 선거는 11월이지만, 프라이머리는 3월에 시작한다"며 "무역협정에 반대하는 이들에게 더 많은 표와 돈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민주당(오바마 대통령)이 그 전에 통상 문제를 이슈화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결국 내년 이후로 미뤄질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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