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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니'로 3년만에 국내 복귀한 김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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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니'로 3년만에 국내 복귀한 김윤진

입력
2010.01.18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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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만나기로 한 날 아침 눈이 왔다. 걱정이 앞섰다. 인터뷰 시작 시각은 오전 10시. 눈이 오지 않아도 아침부터 꽃단장하랴 바쁜 여배우라면 당연하다는 듯 10분 정도 늦기 십상인 시간대다. 눈까지 왔으니 교통 혼잡을 핑계 삼을 만도 했다. 그러나 김윤진은 정시에 삼청동 한 카페에 들어섰다. “벌써 오셨네요”라며 미안한 감정이 묻어나는 인사말과 함께.

참 성실하다는 느낌이었다. 술 담배는 하지 않고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고 지인이 귀띔해줬다. 어떤 역할을 맡든 어설퍼 보인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그답다.

‘세븐 데이즈’ 이후 3년 만의 국내 복귀작인 ‘하모니’에서도 그의 성실함은 도드라진다. 김윤진은 죄수 정혜를 연기했다. 의처증 남편을 임신 중 살해하고 감옥에서 애를 낳아 입양 보내야 하는 기구한 여인 역이다. 자장가를 부르면 아기를 오히려 깨우는 소문난 음치인 정혜는 아들과의 단 하루 특박을 위해 합창단 구성을 주도한다.

눈물을 강요할 듯한 배역이지만 초반 그는 웃음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굉장히 밝은 성격에 푼수기까지 있는 여자”인 정혜의 씩씩한 일상이 슬픔을 덮는다. 그러나 결국에 김윤진은 온몸에 눈물이 스밀 듯한 슬픔을 객석에 전달한다. 갖가지 사연을 지닌 정혜의 동료 수인으로 출연한 나문희와 박준면, 정수영 등의 연기 하모니는 웃음과 슬픔을 배가시킨다.

‘밀애’ ‘6월의 일기’ ‘세븐 데이즈’ 등에 이어 또 엄마 역이다. 또래 배우들이라면 나이 들어 보인다고 손사래를 쳤을 텐데 김윤진은 “역할 자체가 좋으면 괜찮지 않냐”고 반문했다. “결혼하고 애 엄마가 되면 더 풍성한 연기가 나오겠지만 어차피 연기는 상상을 통해서 하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엄마 역에 대한 선입견은 없었다”지만 돌을 막 지난 아이와의 촬영은 순탄치 않았다. “아기의 상태가 좋으면 무조건 촬영에 들어가 내 자신을 챙길 겨를 조차 없었다”고 했다. “편집상 날아갈 수 있는 장면은 웬만하면 포기했다”고도 했다. ‘아기가 콘티를 바꾼다’ ‘아기가 러닝타임을 조절한다’는 우스개가 촬영 현장을 돌았다.

노래를 연습해 처음으로 애를 재우는 한 장면을 찍기 위해 4일이 걸렸다. “모든 것을 준비해 놓고선 애가 잘 때까지 4시간 가량 모든 배우와 스태프가 밖에서 기다리기도 했다”고 그는 말했다. “그래도 예상 밖으로 아기의 좋은 표정이 많이 나와 좋더라고요. 아이의 수 많은 표정 덕분에 영화의 단점이 채워진 듯해요. 고생한 보람이 있더라고요.”

김윤진은 두 얼굴의 배우다. 한국에서 굳어진 그의 이미지와 미국에서 소비되는 그의 이미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는 “미국인들이 일종의 청순가련형으로 나를 바라본다. 한국에선 꿈도 못 꿀 정반대 이미지”라고 말했다. 인기 TV 시리즈 ‘로스트’의 영향이 크다. “보호 받아야 할 가냘픈 여자라는 생각이 강한 것이죠. 제가 약간 강인한 역 오디션을 보면 다들 의아해 해요. 한국에선 여전사라는 칭호까지 붙었는데도요. 미국에선 멋스러운 강한 역할을 하고 싶고 한국에선 청순한 연기를 하고 싶은데 상황이 바뀌어 있는 것이죠. 양쪽이 뒤바뀌면 참 좋을 텐데 하는 생각 많이 해요.”

그는 “한국에선 작품을 고를 수 있다는 커다란 장점이 있다”고 했다. “미국에선 단순한 동양여자가 아닌, 이야기에 녹아 드는 역할을 위해선 오디션을 거쳐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TV나 영화에 동양인 얼굴을 쉬 볼 수 없는 게 아쉬웠다. 미국에서 살아가는 한 여자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연기에 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4월 ‘로스트’ 촬영이 끝나면 미국영화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의욕도 드러냈다. 그렇다고 딱히 할리우드가 그의 목표점은 아닌 듯 했다. “미국영화는 전세계 관객을 만날 수 있는 장점 밖에 없어요. 한국이든 미국이든 좋은 작품에 출연하는 것이 저에겐 중요합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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