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과 야권 양측에서 모두 '분열의 정치'가 진행되고 있다. 18일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가 세종시 문제를 놓고 거센 공방을 벌인 것은 여권 내분의 심각성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찬 총리, 정 대표 등 여권 주류는 세종시 수정안을 밀어붙이고 있으나 박 전 대표는 원안 고수 입장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주류측에 맞서고 있다.
또 민주당 밖에 있는 친노세력들이 17일 국민참여당을 창당함으로써 야권 분열이 현실화됐다.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치열하게 주도권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내홍은 6월 지방선거와 차기 대선을 겨냥해 벌어지는 샅바싸움 성격도 지니고 있어서 쉽사리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세종시 문제를 놓고 한나라당 전∙ 현직 대표가 정면충돌하면서 여권의 내홍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세종시 수정안을 지지하는 것과 관련 "불과 얼마 전까지 원안 추진이라는 당론에 변함이 없다고 언급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렇게 해서 국민의 신뢰를 잃은 것에 대해 책임지실 문제"라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수정안에 찬성하면 애국이고 원안을 지지하면 나라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라는 사고 자체가 판단 오류"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 대표가 최근 중국 고사성어 '미생지신'(尾生之信)을 이용해 자신의 원안 추진 입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데 대한 반박이었다.
정 대표는 이에 대해 "정부가 발전방안을 발표한 만큼 당연히 찬반 토론을 자유롭게 해야 한다"며 "당 대표라고 해서 정부안에 대해 찬성 의견을 말하면 안 된다고 하셨다면 이는 조금 지나친 말씀이 아닌가 싶다"고 반박했다.
그는 "박 전 대표가 정부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한 것처럼 누구든 의사를 표시해야 하며 불필요하게 자극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친이계에 가까운 홍준표 의원은 이날 KBS1 라디오에 출연해 세종시 논란에 대해 "논의조차 하지 말자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처사"라며 박 전 대표를 비판한 뒤 "서로 토론이 안 된다면 분당하는 것이 맞겠죠"라면서 분당 가능성을 거론했다.
홍 의원은 "내 소신만 중요하다는 사람은 독불장군"이라며 "그런 식으로 정치하려면 탈당할 생각을 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김동국 기자 dkkim@hk.co.kr
■ 분열의 정치, 못마땅한 민주당 VS 각 세우는 참여당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은 18일 서로 뜨거운 공방을 벌이면서 주도권 경쟁을 벌였다.
민주당 송영길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친노세력 중심으로 창당된 국민참여당을 겨냥해 "우리가 분열돼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키지 못했다"며 "이걸 반성해야 할 세력이 분열을 재촉해서 되겠느냐"고 공격했다.
반면 참여당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토론회에서 "호남에서 민주당과 연대하면 일당독재가 된다"며 "호남에선 제정당과 연합해 민주당과 싸우는 것이 상식'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정동영 의원 복당에 적극적인 비주류 초재선 모임인 '국민모임'이 19일 "정세균 대표가 당밖에 사조직을 만들었다"면서 정 대표를 비판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주류측은 이를 '정세균 흔들기'로 규정하고, 비주류가 거부감을 갖고 있는 지방선거 공천제도 정비를 가속화할 방침이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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