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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너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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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너를 사랑한다

입력
2010.01.18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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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몰랐다.

빈 의자는 누굴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의자의 이마가 저렇게 반들반들해진 것을 보게

의자의 다리가 저렇게 흠집 많아진 것을 보게

그땐 그걸 몰랐다

신발들이 저 길을 완성한다는 것을

저 신발의 속가슴을 보게

거무뎅뎅한 그림자 하나 이때껏 거기 쭈그리고 앉아

빛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게

그땐 몰랐다

사과의 뺨이 저렇게 빨간 것은

바람의 허벅지를 만졌기 때문이라는 것을

꽃 속에 꽃이 있는 줄을 몰랐다

일몰의 새떼들, 일출의 목덜미를 핥고 있는 줄을 몰랐다.

꽃 밖에 꽃이 있는 줄 알았다

일출의 눈초리는 일몰의 눈초리를 흘기고 있는 줄 알았다

시계 속에 시간이 있는 줄 알았다

희망 속에 희망이 있는 줄 알았다

아, 그때는 그걸 몰랐다

희망은 절망의 희망인 것을.

절망의 방에서 나간 희망의 어깻살은

한없이 통통하다는 것을.

너를 사랑한다.

연초에 습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시청했습니다. 못 보신 분들을 위해서 세 줄로 요약하자면, ①매일 꾸준히 한다, ②한 일은 모두 기록한다, ③최소한 66일은 해본다 등입니다.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매일 꾸준히 자신이 한 일들을 기록하면서 익히면 66일 뒤에는 그게 습관이 된다는군요. 다들 한 번 해보세요. 그건 그렇고, 그 다큐멘터리에는 1980년대 학력고사 수석들의 인터뷰가 나왔어요. 교과서 위주로 예습 복습을 철저히 하고 수업시간에 충실했어요, 여덟 시간 이상 잠을 푹 잔 게 주효했습니다, 같은 것 있잖아요. 졸업할 때쯤 되니까 저도 알겠더라구요. 선생님이 가르칠 때 배우는 게 제일 좋다는 거. 내가 살아야 하는 곳은 지금 여기라는 것, 그것도 죽을 때가 되어서 알게 될까봐 걱정이네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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