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7일 첫 발생 후 감염된 가축농가는 4곳으로 늘어났다. 이번 주는 구제역이 본격 확산 단계로 이어질 것인지 여부를 가늠하는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
최대잠복기간을 넘어 발병이 이어질지, 방역선을 사수할 수 있을지, 또 소에서 돼지로의 전염을 막을 수 있을지 등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관건1. 20일 이후 발병 여부
17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15일 방역당국에 신고된 경기도 포천의 구제역 감염 의심 젖소 농가 2곳에 대한 정밀검사 결과 모두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로써 구제역 발생 농가는 모두 4곳이 됐다.
두 농장 모두 최초 발생지인 한아름목장과 역학적 관련성을 가진 것으로 파악됐다. 한 농가는 한아름목장 차량이 와서 송아지를 공급받아 간 적이 있고, 다른 농가는 한아름목장을 방문한 사료차량이 다녀간 일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추가로 구제역이 발생한 3건 모두 최초 발생한 농장에서 수의사, 차량 등으로부터 전염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염 경로가 확인이 된 셈이다.
이에 따라 가축방역당국은 20일이 중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적으로 구제역 바이러스 잠복기는 2~8일, 최대 잠복기가 14일로 알려져 있다.
구제역 의심 신고가 들어와 당국이 방역에 처음 착수한 게 지난 6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방역이 성공적으로 이뤄졌을 경우 20일 이후로는 추가 발생이 없어야 한다. 즉, 20일 이후에도 추가적으로 구제역이 발생한다면 사실상 확산 단계에 접어들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관건2. 방역선 사수 여부
방역당국은 최초 발생지인 포천 한아름목장을 중심으로 3중 방역망을 친 상태. 주변 반경 ▦3㎞까지는 위험지역 ▦10㎞까지는 경계지역 ▦그리고 20㎞까지를 관리지역으로 설정을 해 차별적인 방역 조치를 취하고 있다.
지금까지 구제역이 확인된 4건 모두 이 방역선을 벗어나지 않았다. 16일 확진 판정을 받은 2건도 최초 발생지로부터 각각 600m, 950m 떨어진 곳으로 '위험지역'안이었고, 나머지 1건의 경우 최초 발생 농가로부터 3.5㎞ 떨어진 '경계지역'에서 나오긴 했지만 최초 발생 농가에서 진료한 임상 수의사가 진료 차 방문한 곳이었다.
정부가 "아직 본격 확산단계로 볼 수는 없다"고 밝히는 것도 이 때문. 아직까지는 통제된 범위 내에서의 제한적인 확대라는 얘기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위험지역 밖으로 구제역이 번지면 비상상황이라고 볼 수 있고, 관리지역마저 뚫리면 방역망이 무너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관건3. 돼지 전파 여부
방역당국의 또 하나 관심은 돼지로의 전파여부다. 돼지의 경우 호흡기를 통해 뿜어내는 바이러스 양이 훨씬 많기 때문에 전파력이 소에 비해서 100배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2000년보다 2002년의 구제역 피해가 더 컸던 결정적인 차이도 돼지 감염 여부였다. 2000년에는 22일간 발병해 2,216마리를 살처분하는 데 그쳤지만, 2002년엔 52일간 진행되면서 무려 16만155마리를 살처분해야 했다.
농식품부 이상수 동물방역과장은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구제역 발생 농장 인근에 돼지농장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점"이라며 "만약 돼지로 전파가 된다면 살처분 범위를 현재의 500m에서 3㎞로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