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사태'의 발단이 됐던 금융지주사의 사외이사제도가 올 3월 주주총회를 거쳐 대폭 손질된다.
사외이사들의 자격조건은 강화되는 대신, 이사회 내에서 목소리는 커지게 된다.
17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다음주 초 이사회를 열고 사외이사 제도개선 방안을 담은 '모범규준'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각 금융지주사와 은행들은 앞으로 이사회 및 3월 주총에서 새로운 규준를 반영해 시행할 계획이어서, 각 지주사들의 지배구조에는 일대 변화가 올 전망이다.
모범규준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지주 회장과 이사회 의장의 겸직여부. 현재 4대 금융지주사 가운데 KB는 분리되어 있고, 신한(라응찬)과 우리(이팔성), 하나(김승유)는 겸직체제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지주회장과 이사회 의장을 겸임할 것인가 분리할 것인가는 어디까지나 해당 지주사가 스스로 선택할 문제"라고 전제한 뒤 "하지만 겸임한다면 사외이사가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는 반드시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당국의 방침에 따라 올해부터 은행권에는 '선임사외이사'제도가 새로 도입된다. 지주회장과 이사회 의장이 겸직될 경우, 사외이사들이 거수기가 되지 않고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이를 대변할 '선임사외이사'를 임명해 경영진을 견제토록 한다는 것이다. 선임사외이사는 권한과 임기 등에서 다른 사외이사와는 다른 기준이 제시된다.
모범규준안은 또 사외이사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임명 후 최초 2년간은 임기를 보장하되 집단권력화나 경영진과의 유착을 막기 위해 5년 이상은 연임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 사외이사들의 임기 만료시점을 분산시켜 매년 일정 수 이상의 이사들이 교체되도록 했다.
이 밖에 사외이사들의 자격요건도 강화해 지주나 은행과 업무상 또는 특수관계에 있는 회사 출신 이사의 선임을 막기로 했고 여러 회사의 사외이사 겸직도 제한하기로 했다.
은행과 은행지주 사외이사는 다른 금융회사 사외이사로 겸직할 수 없고 상장 여부나 업종에 관계없이 3개 이상 회사에서 사외이사로 활동할 수 없다.
지주사들은 또 사외이사 선임 과정과 함께 ▦사외이사 후보 추천인과 후보와의 관계 ▦경영진과 대주주와의 관계 ▦경력 및 사외이사 후보 추천 이유 등 적격성 심사 결과를 공시해야 한다.
사외이사에 대한 평가제도도 강화돼 사외이사들이 서로를 상호 평가하고 하위직원들이 다면평가를 하는 방안 등도 도입될 예정이다.
한편 이 같은 사외이사제도 개편에 따라 현 KB금융지주는 사외이사진의 대폭적 물갈이가 예상되고 있으며, 다른 금융지주사들도 적지 않은 수의 사외이사들이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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