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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쌀밥에 고깃국'과 김정일 방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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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쌀밥에 고깃국'과 김정일 방중

입력
2010.01.18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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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국방위원장의 1월 방중설은 결국 오발탄으로 끝나는가. 당초 지난 8~10일께가 유력하다던 김 위원장의 방중은 북한과 접경한 중국 단둥(丹東)의 한국일보 현지취재에서 드러났듯 뚜렷한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았다. 그러나 '시기의 문제'일뿐 방중 가능성은 아직 매우 높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격변 예고하는 김정일 방중설

북한은 신년 공동사설에서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 경공업과 농업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또 김 위원장이 "인민들이 흰 쌀밥에 고깃국을 먹으며 비단옷을 입고 기와집에서 살게 하겠다고 한 수령님의 유훈을 관철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 사실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언급은 올해 북한이 달성해야 할 당위적 목표 설정으로 해석된다. 북측이 구체적으로 목표를 제시할 때는 이에 대한 실질적인 계획이 섰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북측은 '쌀밥에 고깃국'을 위해 과연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일까.

우선 북핵 문제를 둘러싼 북미관계의 개선 움직임과 지난해 잇따른 고위급 회담으로 강화된 북중 관계를 통해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2012년 '강성대국 진입의 해'를 2년 앞둔 올해 북한이 대외관계에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전제조건은 한반도의 비핵화이다. 과거 북한이 6자회담에서 뛰쳐나갔다가 복귀할 때는 반드시 중국과 사전협의를 했고, 중국으로부터 상당한 경제지원을 받아냈다. 신의주 칫솔공장과 대안의 유리공장 등이 그 성과물이다.

지금 북한은 심각한 경제난을 수습하기 위한 화폐개혁 등의 체제 강화와 후계문제 안정화를 위해 중국의 지원과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김 위원장의 건강에 문제점이 없다면 북한 내부상황이 절박할수록 방중 시점도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방중이 이뤄질 경우 그 의미는 각별할 수 밖에 없다. 남북 정상회담 직전에 이뤄진 2000년 5월의 방중은 북한의 한반도 정세전환 의지를 보여준 출발점이었다. 그 후 남북 정상회담 성사와 북미관계의 급속한 진전으로 이어졌다. 2001년 재차 방중하면서 김 위원장은 이른바 '신사고'를 제창했고 7ㆍ1 경제개혁 조치를 통해 신의주 특구를 개방했다.

10년이 지난 올해 김 위원장의 방중이 이뤄질 경우, 그 의미는 10년 전을 능가할 만큼 한반도 정세의 대 변화를 예고한다. 북미 협상의 시작과 북한 체제의 결속, 후계 체제 정립과 함께 진행될 김 위원장의 방중은 나아가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도 엿보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우리 정부만 소극적 신중론

미국이 손짓하고, 중국이 앞장서며, 북한마저 발로 뛰려는 2010년 한반도 정세의 일대 변곡점에서 한국 정부의 입장은 아직 소극적이다. 이를 테면 '감 떨어질 때 까지…'의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는'원칙과 의연함'을 내세워 신중론을 고집하고 있다. 남북 회담의 조건으로 비핵화 진전과 국군포로 및 납북자 문제 해결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자 북한 외무성은 평화협정 체결 제안을 내놓은 데 이어 급기야는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우리의 '비상통치' 계획을 빌미로 삼아 '보복 성전'을 위협하기도 했다. 또 앞으로 모든 대화와 협상에서 남한을 배제하겠다는 협박도 잊지 않았다. 우리의 자주적이며 주도적인 입장 변화 없이는 계속 쫓기며 몰릴 수 밖에 없는 것이 2010년 한반도의 정세이다.

장학만 베이징 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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