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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강진 대참사/ 무너진 김에 새 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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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강진 대참사/ 무너진 김에 새 나라로?

입력
2010.01.18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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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를 덮친 최악의 강진이 역설적이게도 중남미 최빈국 아이티를 재건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 "지진을 극복하기 위한 국제원조가 향후 수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경제적으로 피폐한 아이티가 자립국으로 발돋움할 기회를 얻게 됐다"고 분석했다. 세계 최빈국 아이티를 살려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재난을 재기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티는 오랜 정쟁과 경제 실패 탓으로 국민 대다수가 하루 1달러에 불과한 소득에 의지하고 있고 실업률이 70%에 달한다. 더구나 정부는 부패에 젖어 있고 마약거래가 지하경제를 좌우할 정도로 국가 시스템이 붕괴된 지 오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번 강진이 오히려 국가체계를 근원적으로 뜯어고치고 고질적인 빈곤을 벗어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역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로스 앤서니 국제보건담당관은 "이런 방식으로 아이티를 바라보는 게 적절하지는 않지만 종종 위기가 진정한 변화를 동반하기도 한다"며 "국제사회가 강진피해에 맞서는 동안 아이티는 과거 이루지 못했던 진전을 이룰 수도 있다"고 WP에 말했다.

하지만 아이티 정부의 부패한 시스템을 그대로 둔 채 새로운 국가 건설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스튜어트 보웬 전 이라크재건사업 특별감사관은 "지난 5년간 미국이 아이티에 8억달러를 투자했지만 변화를 느낄 수 없었다"며 "최대의 성과를 기대하려면 국제원조가 아이티 정부를 거치지 않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건사업을 이끄는 미국이 아이티 정부와 소원했던 관계를 개선함과 동시에 아이티에서의 영향력도 크게 확대하는 이득을 보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6일 라틴아메리카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1914년부터 20년 동안 미국 식민지였던 아이티의 지진 피해가 크게 늘고 정부가 도전을 받는 상황에 처하면서 '슈퍼파워'인 미국의 행정적 영향력이 아이티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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