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에서 살아남은 아이티인들이 피해가 가장 컸던 수도 포르토프랭스를 필사적으로 탈출하고 있다. 집이 무너지고 시체가 뒹구는 포르토프랭스에서 더 이상 어떤 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시골지역으로 향하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아이티인 수만명이 곧 부서질 것 같은 목재 버스에 매달려 수도 탈출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40명 사람들 틈에 끼어 붉은 색 트럭에 가족과 함께 겨우 몸을 실은 루시앙 생 씨르씨도 그 중 한 명. 포르토프랭스에서 약 50마일 떨어진 작멜지역으로 이주할 계획이다.
그러나 중간에 길이 끊겨 트럭에서 내린 뒤 걷다가 다시 길이 있으면 차를 찾아야 한다. 그는 "새로운 정착지에 무엇이 있을지는 모른다"며 "하지만 포르토프랭스에서는 어떤 것도 할 수 없고, 떠나야만 한다"고 말했다.
아이티는 지진 이전에도 진흙 과자를 구워먹을 정도로 극심한 빈곤에 시달려왔고, 시골로 갈수록 더 심하다. 차라리 그런 시골이라도 시신이 넘쳐나는 포르토프랭스보다는 낫다.
특히 이번 지진을 일으킨 단층과 주변 단층에 압력이 커져 향후 2차 대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고 AFP통신이 미국 텍사스 대학의 폴 맨 교수의 분석을 인용, 16일 보도했다.
맨 교수는 그러나 지진 발생 시기가 다음주가 될지, 100년 후가 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16일에도 포르토프랭스에서 진도 4.5도의 여진이 일어나 구조작업이 일시 중단되는 등 아이티에서는 강진 이후 지금까지 30여차례의 여진이 발생했다.
한편 장 막스 벨레리브 아이티 총리는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총 2만6,000구의 시신을 수습해 매장했다고 밝혔다. CNN 포르토프랭스 특파원은 "시신 매장에 시스템이라는 것은 없다"며 "길거리에서 죽은 사람들을 수거해서 덤프트랙에 쏟아 부은 다음에 구덩이로 몰아넣는다"고 전했다. 시신들이 모아진 구덩이에는 쓰레기도 함께 들어가 뒹군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5만6,000명의 사망자가 확인됐고, 총 사망자는 최소 14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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