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구소련 연방국 중 최초의 시민민주주 혁명인 '오렌지 혁명'을 성공시킨 우크라이나에 거센 역풍이 불고 있다. 17일 실시된 우크라이나 대선 결과 1차투표에서 오렌지혁명의 타도 대상이었던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총리가 1위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 되기 때문이다.
오렌지 혁명을 통해 집권한 빅토르 유센코 현 대통령은 3위의 군소후보로 전락했다. 이번 대선에는 유센코 대통령과 그의 오렌지혁명 동지인 율리아 티모센코 총리, 야누코비치 전 총리 등 모두 18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우크라이나 언론들은 "야누코비치 전 총리가 여론조사에서 확고한 수위를 지키고 있으며 그 뒤를 티모센코 총리가 뒤따르고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제1당인 '지역당'을 이끌며 오렌지 혁명파를 권좌에서 몰아내기 위해 와신상담했던 야누코비치 전 총리도 과반 득표엔 실패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렇게 되면 대선의 최종 승부는 내달 7일 2위 후보와 치러지는 결선 투표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17일 대선 결과는 18일 오전(현지시간)에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사회는 전통적으로 러시아의 지지를 받아온 야누코비치 전 총리에게 우크라이나 정권이 넘어갈 경우 현 정부가 추진해온 유럽연합, 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계획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유럽 등은 이번 우크라이나의 대선 결과가 구소련 국가들의 서방사회 편입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실험지로 여기며 관심을 쏟고 있다.
이렇듯 의미가 큰 선거이지만 유권자들은 큰 기대를 걸지 않는다. 대선이 국가부도 직전인 우크라이나의 경제난을 해결해 줄 것이라 믿지 않아서다. 각 정파의 과열된 선거전 양상은 과거처럼 부정선거로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도 팽배해 아예 투표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AP통신은 "유권자 57%가 선거결과를 믿지 않을 것이라 답했을 정도"라고 보도했다. 키예프 대학의 엘레나 갈리스카야 심리학과 교수는 "정직하게 말하자면, 이번 대선에서 누가 당선돼도 우크라이나의 근본적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아무 영향도 끼치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에 투표에 참여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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