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민주당이 검찰과 전면 대결을 선언,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도쿄(東京)지검 특수부가 정치자금 비리 의혹을 밝히기 위해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간사장의 측근 의원을 구속하며 압박하자 오자와가 검찰과의 투쟁을 공언했다.
하토야마(鳩山) 총리까지 "싸워 달라"며 지지를 밝혔다. 이렇게 전의는 충만한 듯하나 일본 민주당이 출범 6개월도 안 돼 언제 깨질지 모를 살얼음판을 걸어가는 모습이 역력하다.
일본 검찰이 집권당 권력 핵심인물을 수사한 전례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사실상 정권 최고실세인 오자와 간사장 같은 거물은 처음이다.
정부 통제를 받는 검찰 수사가 과연 어느 선까지 가능할지, "헌정사상 최초로 집권당이 검찰과 벌이는 싸움"이라는 격한 표현을 쓰고 있는 하토야마 정부가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자와 간사장은 16일 민주당 당대회에서 자신의 정치자금관리단체 리쿠잔카이(陸山會)의 토지구입 자금 문제를 둘러싸고 측근 의원이 전날 구속된 것과 관련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단호하고 의연하게 신념을 갖고 싸워나갈 결심이다"고 전면전 의사를 밝혔다.
간사장 퇴진 여부에 대해서는 "주어진 직무에 전력을 다할 것이고 당분간 이 같은 (검찰의) 권력행사 방식에 전면적으로 분명하게 대결해 가겠다"고 강조했다.
오자와 간사장은 "당분간 외부 업무를 직무대행에게 맡기는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며 검찰 대응에 주력할 것임을 시사했다.
앞서 하토야마 총리는 당대회 직전 오자와 간사장과 면담 후 기자회견에서 "간사장을 믿고 있다"며 "부디 싸워 달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당대회에서도 "간사장이 기죽지 말고 결백을 설명해 직무 수행에 전력을 다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전제, "전당이 일치단결해 전력으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 가겠다"며 거당적 대응을 주문했다.
다만 민주당에선 정권 심장을 향해 메스를 들이대는 검찰에 적잖이 당혹해 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그러면서도 "정부도 당도 오자와와 운명공동체"라는 반응만 간혹 나올 뿐 내부비판 발언은 거의 없다.
이는 사태가 급작스레 진전된 탓도 있지만 지난해 중의원 선거를 책임진 데 이어 올해 참의원 선거를 진두지휘할 오자와의 정권 장악력이 강력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자민당 등 야당은 18일 개원하는 정기국회에서 이번 의혹 규명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어 국회 파란은 불가피하다. 오자와 간사장이 검찰 조사를 이유로 해명을 피하면서 실제로 조사에는 소극적으로 응하고 있어 일반 여론은 싸늘하기 그지 없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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