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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미나리란 이름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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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미나리란 이름의 희망

입력
2010.01.18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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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꽝'이란 말이 있다. 미나리 심는 논으로 물이 잘 괴는 무논을 말한다. 미나리꽝은 지역 탯말이 아니라 표준말이다. 미나리로 유명한 울산 언양읍 출신 정인섭 선생이 쓴 가곡 '물방아'에 '깨끗한 언양 물이 미나리꽝을 지나서 물방아를 돌린다'는 구절이 있다. 이 노래가 만들어졌을 때에는 '미나리강'으로 불렸다.

지금은 미나리꽝으로 바로 잡혀 있지만, 처음 노래를 불렀던 성악가들이 아름다운 강 이름으로 착각하고 언양까지 미나리강을 찾아왔었다고 한다. 박장대소하며, 국립합창단 나영수 예술감독께 오래 전에 전해들은 일화다. 전국의 미나리꽝마다 겨울 미나리가 자라고 있다. 추운 날씨에 꽝꽝 언 미나리꽝의 얼음을 깨어가며 미나리를 가꾼다. 방수작업복을 입고 얼음 언 찬물 속에 몸을 담그고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에게 지은 죄 없이 미안해진다.

한파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겹겹이 중무장한 내가 부끄럽다. 미나리는 가꾸는 사람의 정성이 있기에 폭설 속에서도 푸른빛을 밝히고 향기까지 만드나 보다. 사람의 정성이 깃든 것에는 언제나 사람에게 되돌려 주는 선물이 있다. 세상은 그것을 '맛'이라 부르지만 나는 '희망'이라 부른다. 겨울 미나리는 푸른 희망이다. 얼음이 얼어도 얼지 않는 뜨거운 희망이다. 오늘은 올 겨울 부쩍 추위를 타는 후배 시인과 함께 미나리를 사러 가야겠다. '겨울 속의 봄'을 미리 사러 가야겠다.

시인 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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