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지난주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현재 모습이라며 공개했던 수배 사진이 스페인 정치인 사진을 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정치인은 안전을 위협받게 됐다며 미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6일 "FBI가 디지털 영상기술을 이용 새로운 빈 라덴 얼굴 사진을 발표했으나 정교한 기술이 아닌 스페인 현직 의원의 얼굴을 합성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FBI에 의해 사진이 도용 당한 인물은 스페인 공산당 소속 현역 의원이자 좌파연합 지도자였던 가스파르 리아마자레스(52). 그는 FBI가 2004년 자신의 선거용 사진에서 헤어스타일은 물론, 이마, 턱선, 주름까지 그대로 잘라내 갖다 붙여 '빈 라덴이 나이든 모습'이라고 발표했다며 "어떻게 무고한 인물을 테러리스트로 만들 수 있느냐"고 강력 반발했다.
앞서 FBI는 첨단 디지털 영상기술을 사용해 빈 라덴을 비롯해 수배중인 테러리스트 합성사진 18장을 제작해 언론에 공개했다.
켄 호프먼 FBI 대변인은 AP통신에 "전문가가 적합한 사진을 찾지 못해 구글에서 찾아낸 사진들을 일부 사용했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리아마자레스는 "이 실수는 미 정보당국의 수준이 얼마나 낮은지 보여준다"며 "빈 라덴의 안전은 위협받지 않겠지만 내 안전은 확실히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 정부에 해명을 요구하는 한편, 법적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미 정부는 리아마자레스에게 전화해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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