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기는 뭐가 추워. 머리에 땀이 송송 맺히더만."
팔순을 훌쩍 넘긴 할아버지가 10㎞를 완주했다. 그것도 알몸으로 대관령의 혹한을 뚫으면서 말이다. 더 놀라운 것은 1시간 15분이라는 기록이다. 진정한 노익장이다.
17일 강원 평창군에서 대관령눈꽃축제의 일환으로 열린 국제알몸마라톤대회(상의를 벗고 뛰는 대회)의 스타는 단연 김종주(83)옹이었다. 김옹은 영하 15도의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상체에는 털모자 장갑 선글라스, 하체에는 스타킹과 반바지만 걸친 채 완주했다.
김옹은 골인 지점을 통과한 후 별로 지친 기색도 없이 웃는 얼굴로 "풀 코스가 있었으면 도전하려고 했는데 아쉽다"며 "내 나이 팔순이 넘어 알몸으로 대관령의 눈 속을 뛰어다닌 짜릿함과 상쾌함을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고 소감을 밝혔다.
젊은이 못지않은 탄탄한 몸매가 재산 1호라는 김옹은 "출발할 때 조금 몸이 떨리기도 하고 중간중간 미끄러워 넘어질 뻔했지만 금세 몸이 후끈 달아오르더라"며 "완주하는 데 별 어려움은 없었지만 겨울에 뛰어서인지 오늘의 완주는 그 어느 때보다 기쁘다"고 말했다.
김옹은 33년째 마라톤을 하면서 공식 비공식을 합해 풀 코스를 수백 번 완주했다고 한다. 아직도 매년 한 번 이상은 풀 코스를 완주해야 직성이 풀릴 정도여서 마라톤계에서는 열혈 마니아로 통한다.
평창= 곽영승 기자 yskwa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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