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한 사람까지 구하겠다.'
한국 정부의 아이티 국제구조대는 17일(현지시간) 재앙의 땅으로 변한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도착한 뒤 즉각 현장지휘소를 설치했다. 한국 구조대는 이어 유엔측과 협의, 활동 지역을 할당받고 어두워지는 상황에서도 현장답사를 마쳤다.
한시도 지체없이 18일부터 본격적 구조ㆍ구호 활동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현장답사를 마친 강철수 대장은 "현지 정부의 중장비 지원이 없어 구조 여건은 최악"이라면서도 "22일까지 활동할 계획이나 대원들 건강상태를 봐가며 연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 대장을 비롯 119구조대원 25명과 의사, 간호사, 한국국제국제협력단 직원 등 모두 35명의 우리 구조대는 전날 아이티 인접 도미니카 공화국 수도 산토도밍고를 출발, 이날 버스편으로 포르토프랭스로 들어왔다. 국경도시 히마니를 거쳐 무려 10시간이 넘게 걸린 험난한 길이었다.
한국 구조대의 활동이 시작된 이날 지진 발생 6일째였지만 포르토프랭스의 상황은 별반 나아진 것이 없었다. 구호장비와 인력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했다.
이날까지 미군, 유엔평화유지군, 아이티 경찰 등 1만여명이 넘는 병력이 치안유지에 투입됐지만 곳곳에서 약탈, 폭동이 이어졌다. 구호차량이 약탈당하고 구호요원이 총상을 입기도 했다.
이미 5만6,000명의 사망자가 확인됐고 총 희생자는 14만여명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도시 전체는 거대한 난민수용소로 변해 있었다. 죽은 가족의 시신이라도 찾으려는 사람들이 온 거리를 헤매고 다녔다.
살아있지만 돌아갈 집도, 먹을 음식도, 마실 물도 없는 이들은 구조요원을 볼 때마다 달려들어 손을 내밀었다. 시커먼 손, 찢어진 옷, 슬픔과 분노가 뒤섞인 눈빛 등은 마치 유령을 방불케 했다. 피해를 덜 본 사람들은 수도 탈출을 위해 긴 피난 행렬에 합류하거나 여진 또는 제2 지진 공포 때문에 집으로 돌아갈 엄두를 못내고 길거리에서 담요를 뒤집어 쓴 채 밤을 보냈다.
통신두절은 구조ㆍ구호 작업에도 큰 혼선을 빚게 만들었다. 구조대끼리도 연락이 여의치 않은 탓에 생명을 구할 급박한 기회들이 허망하게 사라져가기도 했다.
아이티로 오는 과정에서 확인한 도미니카 국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과거 아이티의 지배를 받은 적이 있는 도미니카가 아이티 지원에 적극 나섬으로써 국가간 화해에 이를 수 있다는 희망적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국경도시 히마니에서 만난 한 주민은 "아이티 이재민들이 밀려오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흉흉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전부터 일거리를 찾아 국경을 넘는 아이티인들이 많았는데 이번 지진참사로 아이티인들의 월경을 경계하는 눈초리가 더 차가워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럼에도 도미니카 정부는 이동식 식당을 급파, 하루 1만끼니 분의 식사를 제공하고 있고 중장비 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경개방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포르토프랭스(아이티)·히마니(도미니카)
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이진희기자 riv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