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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감으로 승진한 서울 성북署 이명우씨/ "TV드라마에선 경찰청장도 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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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감으로 승진한 서울 성북署 이명우씨/ "TV드라마에선 경찰청장도 했었죠"

입력
2010.01.16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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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어느 날, 이명우(56) 경위는 치안총감이 됐다. 치안총감은 오직 경찰청장과 해양경찰청장 2명만이 달 수 있는 계급이다. 이날 무려 일곱 계급을 승진(?)한 이 경위는 하루 종일 경찰대 강당에서 모범직원들에게 시상을 했다.

'1계급 승진을 하려면 손금이 사라진다'는 경찰조직에서 이 무슨 해괴한 일일까? 이 경위는 강희락(57) 청장의 '가게무샤'(대역)였다. 경찰을 다룬 드라마 <수상한 삼형제> 의 제작협조를 맡은 경찰청은 "기왕이면 청장과 빼쏜 인물을 출연시키자"라며 한 달간 내부 공모를 했다. 10만 가까이 되는 경찰 중 각 지방경찰청 별로 엄선한 18명이 후보로 올라왔고, 강 청장과 가장 분위기가 닮은 이 경위가 최종 선정됐다.

이 경위가 경찰청장으로 등장한 장면은 1회(지난해 10월17일)에서 몇 분간 방영됐다. 그는 "동료가 사진을 올렸는데 한달 뒤 연락이 왔고, 직원들 사이에서 신망이 높은 청장을 대신하는 역이라 수락했다"라며 "비록 드라마지만 치안총감 제복을 입으니 어깨가 무겁더라"고 말했다. "(치안총감은) 일선에선 보기도 힘든 계급장"이라고 덧붙였다.

현실의 이 경위는 승진 운이 없는 편이었다. 1980년 순경공채로 들어와 경장을 다는데 8년, 경사까지 4년(특채), 경위까지 8년이 걸렸다. 현재 서울성북서 외사계에 있다. "순경으로 정년퇴직 한 이도 많고, 딸 시집가니까 한 계급만 올려달라고 애원하던 동료도 더러 있던 시절을 지낸 탓"이라고 했다. 총경(서장급)이 목표였던 그는 정년이 5년 남았다.

그러나 그는 평범한 경찰이 아니다. 자원봉사단체인 사단법인 '사랑터'의 회장이란 직함도 있다. 20년 넘게 몸담으면서 관련 상을 여러 차례 탔을 뿐 아니라 언론에도 가끔 소개됐다.

봉사인생은 76년 아프게 열렸다. 당시 골수암 진단과 더불어 오른쪽 다리를 자르지 않으면 6개월밖에 못 산다는 판정을 받았다. "장애인으로 살게 할 수 없다"던 조부의 고집으로 다리를 절단하지 않았는데, 신기하게 씻은 듯 병이 나았다. 조부의 판단이 옳았던 셈이다. 그는 "이후 삶을 덤이라 여기고 좋은 일만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경찰을 지원한 것도 '국민에 대한 봉사'라는 파출소 간판이 맘에 들었기 때문이다. 친절하게 길을 안내하고, 무거운 짐을 들어주는 일부터 했다. 'A형 피가 부족하다'는 플래카드를 보고 시작한 헌혈이 어느덧 100회를 넘었다.

그러다 문득 봉사도 조직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86년 등산을 하는 벗 다섯 명과 꾸린 봉사모임은 어느덧 회원 400명을 거느린 봉사단체로 컸다. 아무리 바빠도 매달 셋째 주말은 봉사를 한다. 어려운 이웃들에게 생필품을 전달하고, 진득하게 얘기를 들어주는 게 전부지만 "기다리는 이들의 눈망울을 떠올리면 아니 갈 수 없는 길"이었다.

물론 승진욕심도 있다. 그러나 그는 "쌀이 남아돈다는데 종이컵 분량의 쌀이 없어 한끼를 해결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가정이 늘어나니 더 많은 사람들이 봉사에 참여했으면 한다"고 바랐다. 다른 능력은 몰라도 봉사만큼은 치안총감급인 그는 13일 인터뷰가 끝난 직후 경감으로 승진했다. 10년 만이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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