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ㆍ돼지 등 우제류(偶蹄類)의 법정전염병인 구제역이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어제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범 정부적으로 대처키로 했는데, 안이한 대응으로 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철저한 방역과 사후조치로 더 이상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 국가정책조정회의가 열리고 있던 시간에도 '구제역 의심 소'가 잇따라 발견됐다는 사실은 정부 대응이 촌각을 다투고 있음을 말해준다.
치료법이 개발돼 있지 않은 구제역은 신속한 신고와 정확한 조기진단으로 초동 대응에 만전을 기하는 게 최선이다. 이번에 경기 포천 지역에서 발생한 구제역에 확산 우려가 증가하는 이유는 조기진단과 초동 방역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2일 최초로 목장에서 '구제역 의심' 신고가 있었으나 당국의 검사 결과 음성으로 판정된 뒤, 인근 농장에서도 '의심 소'들이 발견되자 6일 다시 처음의 소를 검사한 결과 구제역으로 확진됐다. 물론 두 번째 농장의 소들도 구제역으로 밝혀져 뒤늦게 모두 살처분했다.
조기진단이 실패한 데는 현재 전국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간이검사방법이 불완전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과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방역 당국의 '2000년 이후 사라졌는데, 설마…'하는 자세가 사태를 키웠다. 전염성이 아주 높은 구제역 바이러스를 최소 닷새 이상 방치한 셈이다. 정부는 어제서야 간이검사방법에 허점이 있다고 알리고, 구제역 진단ㆍ방역 매뉴얼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구제역에 대해 유럽과 동남아 등에 비해 안전한 지역이다. 2000년에 경기 파주 지역에서 소 구제역이 발생했으나 이후 발생하지 않아 세계적으로 청정지역으로 인정 받았고, 2002년에는 돼지에서 일부 구제역이 돌았을 뿐이다. 여기엔 주민들의 관심과 노력이 크게 기여했다. 파주시 주민들은 지난해까지 매년 3월이면 자체 방역활동을 펴고 있으며, 이번에 포천시에서 구제역이 확인된 것도 주민의 관심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당국이 이번 사태를 주민들처럼 진정 자신의 일로 여긴다면 구제역은 더 이상 확산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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