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터 비케 지음ㆍ남정우 옮김/예솔 발행ㆍ391쪽ㆍ2만3,000원
'내 몸이 달구어지고 주크박스에서 불꽃이 튀네. 심장은 리듬을 따라 뛰고 내 영혼은 블루스를 부르네. 베토벤은 내던져 버려. 차이코프스키에서 그 얘기를 해줘. 나는 록의 폐렴에 걸렸지…'
록음악의 여명기였던 1956년 흑인 가수 척 베리가 히트시킨 'Roll Over Beethoven' 의 도발적인 가사는 록음악의 특질을 함축하고 있다. '베토벤이나 차이코프스키 따위는 내던져라'는 절규는 지금까지 대중음악을 지배해왔던 모든 관념에 대한 '혁신'을 의미한다.
독일의 대중음악 연구가이자 베를린 훔볼트대 음악학부 교수인 페터 비케(59)는 흔히 '사춘기 시절 십대들의 음악'으로 치부되는 록음악을 '혁신'이라는 코드로 분석한다. 혁신이란 가령 이런 것이다. 부르주아 미학 전통에 따르면 음악이란 작곡가가 최고의 위치에 서고 다른 모든 참여자들이 그 작곡가의 지시를 따르는 위계구조가 기본이다. 그러나 록음악에서 작곡자란 음악적 아이디어에 대한 지적 소유권을 가진 이에 불과하다. 록음악은 연주자의 연주기술, 음향기사들의 조작에 따라 음악의 위상이 본질적으로 변하는 집단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록음악은 연주는 완벽하고 훌륭해야 한다는 전통도 깨뜨렸다. 비틀스의 데뷔 싱글 'Love me do'는 그저 3개의 코드를 넘나드는 단순한 연주다. 오히려 연습 부족과 신선함을 강조하는 이들의 연주는 대중들을 매료시켰다. 저자는 이를 기존 미학적 전형에 대한 확연한 파괴라고 설명한다.
연주회장에서의 감상 대신 미디어를 통한 청취, 사랑을 아름다운 선율로 표현해야 한다는 관념의 파괴 등도 록음악이 주도한 혁신이다. 록밴드의 일대기나 사진집 등은 국내에서도 비교적 활발하게 출간돼 왔지만, 이 책은 록음악을 미학적ㆍ사회학적으로 깊이있게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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