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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쪽빛 바다, 바다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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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쪽빛 바다, 바다메기

입력
2010.01.16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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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는 후배 P와 새벽같이 통영 동피랑마을을 둘러봤다. 후배는 동쪽 벼랑을 뜻하는 동피랑에 창작촌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둘러보러 왔었다. 이미 유명관광지가 되어 새벽부터 관광객이 끓는 것을 보니 조용히 그림 그리는 꿈을 꾸기 힘들 것 같다. 지난밤에 마신 술도 있고 해서 후배에게 아침 삼아 해장국이나 먹자고 권했다.

요즘 제철인 메기국을 메뉴로 제시했다. 순간 P의 낯빛이 변한다. 아침에 무슨 메기로 해장을 하느냐고, 바닷가에 와서 꼭 흙내 나는 민물고기를 먹어야 하느냐며 투정이다. 아무 말도 않고, 서울토박이로 생선의 참맛을 잘 모르는 후배를 끌고 가 무작정 통영 메기국을 주문했다. 조심스럽게 한 숟갈을 뜨다가 화단에서도 고수 술꾼으로 명성이 자자한 후배는 그 맛에 깜짝 놀라 묻는다. 세상에 이런 해장국이 있었냐고! P는 물메기를 민물생선으로 알고 있지만 통영에서는 바다생선의 이름이다.

꼼치가 본명이다. 흔히 물메기, 바다메기라 부른다. 한겨울에만 잡히는 생선이라 메기국은 제철에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생김새는 엉망인데 무와 파만 숭숭 빚어 넣고 조선간장으로 간을 해 끓인 그 맛은 과연 겨울바다의 별미다. 메기국도 모르는 네가 애주가냐며 후배를 타박했더니, 한 그릇 더 먹고 싶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바야흐로 쪽빛 남쪽바다는 푸짐하고 시원한 바다메기의 계절이다.

시인 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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