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대만이 '선(先) 경제 후(後) 정치'라는 공감대 속에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양안 관계의 발전이라는 정치적 측면 외에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해 12월 25일 대만 타이중(台中)에서 막을 내린 제4차 양안(중국과 타이완)회담(第四次江陳會談)에서 양국은 4가지 의제 즉 어선선원노무협력, 표준계량 검역인증 협력, 농업검역협력, 이중과세 및 세금협력 가운데 어업 및 농산품 협정 등을 포함한 3가지 협정에 공식 합의했다.
이번 양안 회담은 양측의 경제 협력을 상징하는'차이완(Chi-wan, China+Taiwan)'의 실현을 구체화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최근 양안관계 최대 이슈인 '경제 협력 기본 협정(ECFA)'을 올해 상반기 중 체결키로 했으며, 20일부터 실무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민감한 주권 이슈를 피하기 위해 양국은 국가간 체결협정인 자유무역협정(FTA)이 아닌 ECFA를 추진해왔는데 이는 대만의 기술력과 중국의 자본을 결합시킨 '차이완'이라는 거대 경제의 골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이를 주목해야 한다. ECFA가 올해 5차 회담 때 정식 체결돼 발효되면, 대만이 중국 내수 시장을 선점하고, 이는 대만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대만은 한국의 여러 주력산업(LCD산업 등) 분야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다. 만약 ECFA가 대만 정부의 목표대로 아세안+3(한ㆍ중ㆍ일) 자유무역협정(FTA) 혹은 한ㆍ중 FTA전에 발효가 된다면, 한국은 중국 내수 시장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악화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2008년 금융위기때 회사의 존폐위기까지 거론될 정도로 어려웠던 LCD패널 세계 4위 업체인 CMO(奇美)는 2009년 11월 Foxconn(鴻海)이라는 대만 회사에 인수 합병되며 새롭게 태어났다. 현재는 중국의 생산기지를 거점으로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를 겨냥해 '한국 타도'를 외치고 있다. 또 중국 정부도 자국 가전회사에 노골적으로 대만 회사의 패널의 구매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그 결과, 벌써부터 중국 내수용 패널 시장점유율의 선두자리를 대만에게 내주었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ECFA까지 발효된다면, 양측의 협력은 더욱 강화할 것이다.
십여 년 전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라는 고난의 시기를 극복한 한국 경제는 지금까지 양안관계의 긴장상태로 상당한 반사이익을 본 것을 부정하긴 어렵다. 이제는 양안관계의 개선 및 경제 협력의 가속화라는 새로운 환경에 대비해야 한다. 아시아 금융위기를 피해갔을 정도로 기본기가 튼튼한 대만 경제가, 양안관계 개선이라는 발판을 이용해 권토중래(捲土重來)를 외치고 있는 현시점에서, 한ㆍ중 FTA등 정부차원의 계획과 대만ㆍ중국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등에 대한 기업차원의 다각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대만은 과거 한국의 든든한 친구이자 가까운 이웃이었다. 1992년 절친했던 친구에게 새 친구(중국)를 위해 일방적 절교선언을 했던 한국은 그 동안 대만에 너무 무심했던 것은 아닐까? 양안의 경제협력이'차이완'이라는 목표를 향해 신호탄을 쏘아 올린 지금, 5대 교역 상대국이기도 한 옛 친구에게 다시 한번 관심을 가져야 할 시기인 것 같다.
손정우 대만 국립 정치대학교 · 아태지역 연구 박사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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