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재앙의 현장 아이티에 전 세계가 도움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유엔, 국제통화기금(IMF) 등 세계기구는 물론 각국 정부와 민간기업들이 속속 지원을 발표, 구호품이 아이티로 몰려들고 있다.
그러나 공항과 항구, 도로가 파괴돼 접근이 쉽지 않은 데다가 구호품 저장 및 분배망이 무너져 구조활동 여건은 최악이다. 뿐만 아니라 행정ㆍ치안 마비로 피해를 수습해야 할 아이티 정부가 손을 놓고 있어 사실상 무정부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AP 등 외신에 따르면 수도 포르토프랭스 항구가 파괴돼 선박을 이용한 물품 운송이 불가능한 상태며, 공항 역시 관제탑이 무너진 상태에서 구조 요원들을 실은 비행기들이 한꺼번에 몰려 대혼잡을 빚고 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의 엘리자베스 비르 대변인은 AP에 "대혼돈"이라며 "수송여건도 악몽"이라고 전했다.
아이티 정부 대응은 전무한 상태다. 르네 프레발 아이티 대통령은 지진 발생 이틀째인 13일 행방이 묘연했다가 14일 오후에야 포르토프랭스 국제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 때 이웃 도미니카 공화국에 도착했다는 보도까지 나와 "비상시에 이웃 나라로 도망갔다"는 비난까지 터져 나왔었다. 레오넬 페르난데스 도미니카 대통령과 함께 공항에 나타나서도 프레발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이미 집단 매장지에 시신 7,000구를 묻었다"고만 밝히고 향후 활동 계획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지진으로 무너진 한 아파트에서 유일하게 살아난 진 말레스타(19ㆍ여)는 로이터통신에"누가 지금 우리를 도와주는지 보라. 아무도 없다"고 말하며 '실종'된 정부를 원망했다.
국제사회는 상황 개선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앞서 14일 "아이티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며 긴급 구호를 위해 1억달러를 즉시 투입한다고 밝혔다.
미 낙하산 부대 800명이 이날 저녁 아이티에 도착, 구호활동에 들어갔고 해군 2,000명도 추가로 파견되는 등 총 5,500명에 이르는 구호단이 현지에 전개됐다. 미국과 프랑스는 14일 AFP에 "다른 나라들과 함께 아이티 재건을 위한 국제 회의를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캐나다도 구호자금 500만달러를 약속하고 민관으로 구성된 구호단를 파견했고 유럽 및 아시아 국가들도 구호대열에 동참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1만5,000톤의 식량 공급 계획을 밝혔고 세계은행ㆍIMF 등도 각각 1억달러의 구호기금을 마련했다.
인터넷 업체인 구글도 100만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으며 인터넷을 통한 모금 운동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들의 지원은 직접 포르토프랭스 공항으로, 인접국인 도미니카공화국을 거쳐 육로로, 그리고 서쪽 윈드워드 해협을 통한 해상으로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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