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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한국의 비극적 현실 풍자로 꼬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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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한국의 비극적 현실 풍자로 꼬집다

입력
2010.01.16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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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국장 '리스트' 인격적 장애 부부의 대화로 보는 강제철거 아픔, 한국 기독교의 모순서울공장 '도시녀의 칠거지악' 골드미스·명품·동안 열풍 상징하는 30대 중반 세 미혼녀의 일상

기동성은 연극이란 장르가 갖는 미덕이다. 동시대에 대한 모지락스러운 풍자도 연극 무대는 하나의 양식으로 승화시킨다. 두 젊은 연극집단이 21세기 한국의 풍속도를 발빠르게 내놓았다.

"용역 깡패들에 의해 짓밟힌 한 소녀가 스스로 자신의 꿈과 미래를 파괴하며…." 극단 청국장이 문화창작집단 날과 함께 만든 '리스트'는 12년차 판사 남편과 심리학자인 부인 부부가 벌이는 결혼 기념 파티장이 무대다. 시퍼런 비판의 서슬이 나온다. 무허가 건축물에서 살던 여자의 철거 경험은 그 하나다.

멀쩡해 보이는 두 사람은 각각 인격적으로는 큰 장애자다. 남자는 폭탄주로 승승장구했다. 여자에게는 두 개의 핸드폰이 있다. 한 손의 핸드폰은 비즈니스용, 다른 손의 것은 시댁 식구 등 친인척 통화용이다. '병리적 이중인격의 자기치료 가능성'이란 논문을 쓴 심리학자인 그녀는 표변의 귀재다.

기성 종교 특히 현재 한국 기독교에 대한 비난 역시 가차없다. 둘의 대화가 격해지면서 부인은 남편을 향해 "대형 교회 목사님 자제분, 매일 아침 성경을 읽으며 아들을 깨우는 엄마를 둔, 일찍이 사시도 통과한 능력있는 단독판사님"이라고 직격탄을 날린다. 이 말에는 근거가 있다. 목사인 시아버지의 교회 건립 헌금 장부를 우연히 보게 됐는데, 천문학적 액수의 헌금이 막대한 개발이익에서 떨어져 나온 부스러기인 것을 그녀는 안다.

활동 5년째의 이 극단은 레닌의 삶을 다룬 '코뮌', 저류 인생들에서 우리 사회를 읽은 '관동 여인숙'과 '삽질' 등의 무대를 통해 사회를 향한 발언을 멈추지 않고 있다. 최철 작ㆍ연출, 지우석 박지연 출연. 31일까지 혜화동1번지. 화~금 오후 8시, 토 4시 7시, 일 4시. (02)3672-6004

극단 서울공장은 브레히트의 '소시민의 칠거지악'을 재구성, 현재 한국의 상황에 이입시킨 '도시녀의 칠거지악'을 공연한다. 30대 중반의 세 미혼녀를 등장시켜, 도시의 강퍅한 삶을 그린다. 뚱뚱하지만 자존감을 갖고 사는 백안나, 아이를 도저히 기를 자신이 없어 낙태시킨 이안나, 사랑을 믿지 않는 마음을 쿨한 것으로 치부하고 사는 조안나 3명의 이야기를 옴니버스식으로 엮는다. 세 여자는 우리사회의 '골드미스' '명품' '동안(童顔)' 열풍을 각각 상징한다.

우화극 양식을 원용했다. 세 여자의 일상을 통해 자만심, 실낱같은 희망, 무감각, 동일시, 죄악감, 운명론, 과거에의 집착 등 일곱 가지 테마의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그들이 펼쳐보이는 일상 풍경이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동창회, 사이버 점집 등에서 이들의 행동을 희화하는 코러스가 볼거리다. 유수미 연출, 박정아 구시연 등 출연. 2월 26일~3월 7일, 남산예술센터. 화~금 오후 8시, 토 4시 7시, 일 3시. (02)923-1810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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