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튜 메이 지음ㆍ박세연 옮김/살림출판사 발행ㆍ332쪽ㆍ1만5,000원
"대단히 간결하고 날카로우며 창조적인 것. 문제를 해결하는 고상한 해결책으로서 현명하면서도 단순한 것."
'우아함'의 사전적 정의다. 우아함은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 공식 E=mc²을 보라. 더없이 우아하다. 복잡한 물리 현상을 이토록 간결하게 단번에 정리하다니, 놀랍지 않은가.
<우아한 아이디어가 세상을 지배한다> (원제 'In Pursuit of Elegance')는 온갖 혁신적 아이디어의 핵심으로 우아함을 꼽고, 우아함의 법칙과 거기에 이르는 방법, 실제 사례를 흥미진진하게 펼쳐 보이는 책이다. 우아한>
우아함을 찾아나선 지은이의 발길은 가히 종횡무진이다. 사람들은 왜 아이폰에 열광하고 스도쿠에 중독되는지 뇌과학과 심리학을 동원해 파헤치는 것부터 시작해, 현대 물리학의 끈이론과 프랙탈 이론, 다빈치의 '모나리자'와 베토벤의 현악사중주 같은 예술작품, 공장의 생산라인과 식당의 메뉴판, 기업의 조직과 비즈니스 전략, 뉴욕 경찰의 치안 정책, 도시 교통체계, 사이클 세계챔피언 랜스 암스트롱의 훈련 방법, 아프리카의 소박한 우물 펌프까지 한 줄로 꿰는 솜씨가 감탄스럽다. 한마디로 놀랍고 우아한 책이다.
그에 따르면 우아함은 체스판의 말과 같다. 게임의 원리는 매우 복잡하지만, 한 번에 하나의 말밖에 옮길 수 없는 것이 체스다. 이처럼 우아함은 복잡성을 바탕으로 단순함을 실현하는 것이다.
우아함의 마법 같은 힘은 대칭, 생략, 유혹, 지속가능성에서 나온다. 예컨대 애플 컴퓨터의 모든 기능을 탑재하고도 키패드조차 없이 매끈한 아이폰은 복잡한 것을 몽땅 없애버린 생략의 정수다. 네덜란드의 드라흐텐 등 몇몇 소도시에는 신호등이 아예 없다. 도로표지판, 안내선, 가드레일 등 교통신호 체계를 전부 없애자 차들이 더욱 조심해서 사고가 거의 사라졌다. 프랑스의 자동차 부품 생산 기업 파비는 직원이 600명이나 되는데도 인사부가 없다. 중간관리자, 전략기획팀, 제품개발부도 없이 담당 고객별 팀으로 운영되는 이 회사는 직원 스스로 모든 업무를 결정하고 처리하는 자율 관리로 성공했다.
지은이는 이 모든 사례에서 우아함의 법칙을 찾아낸다. 우아함은 독창적인 방식으로 복잡한 문제를 한번에 해결하고 효율성과 단순성을 획기적인 형태로 조합해낼 때 나타난다. 최소의 원칙 혹은 투자로 최대의 효과를 끌어내는 것, 그것이 우아함이다. 없애고, 멈추고, 생략하라. 그러면 우아한 해결책이 보인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완벽함보다 우아함에 끌리기 때문에 '해야 한다'보다 하지 않음이, 있는 것보다 빠진 것이, 더하기보다 빼기가 더 중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갈수록 더 많이 만들고, 뭔가 채워 넣으며 복잡해지는 세상에서 줄이고 비우고 없앨 것을 권한다. 그의 충고는 매우 요긴할 뿐 아니라 아주 구체적이어서, 독자들은 이 책을 반짝이는 아이디어의 보물창고로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당장 생활습관부터 쓸데없이 복잡한 요소들을 치우고 싶어질 것이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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