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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법맥 뿌리' 지눌 올해로 800주기/ 보조국사 '서릿발 수행 정신' 오늘에 되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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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법맥 뿌리' 지눌 올해로 800주기/ 보조국사 '서릿발 수행 정신' 오늘에 되살린다

입력
2010.01.15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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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불교의 큰집인 조계종단은 보조국사 지눌(1158~1210)에서 법맥의 뿌리를 찾는다. 염화미소의 깨달음인 선을 가운데 두고 필설의 가르침인 교를 수용하는 선주교종(禪主敎從)적 회통의 전통이 지눌로부터 비롯됐다. 그러나 지눌은 원효(617~686)나 서산(1520~1604) 등 선후의 고승들에 비해 멀게 느껴진다. 그에겐 해골 바가지물의 대오 같은 전설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정혜결사의 서릿발 같은 정신과 돈오점수의 공부법을 남겼는데, 이는 '불일보조(佛日普照ㆍ부처의 해처럼 널리 비춤)'라는 그의 시호처럼 후세의 등대가 됐다. 지눌의 열반 800주기를 맞아 그의 면목을 대중에 알리는 여러 행사가 연중 마련된다.

지눌이 지니고 다녔다는 목조삼존불(국보 제42호) 등을 전시하는 '보조국사 유물 특별전'은 4월 23~30일 서울 견지동 불교중앙박물관에서 열린다. 5월 9~31일에는 지눌이 주석했던 전남 순천시 송광사로 옮겨 이어진다. 보조국사 진영, 목욕혜(목욕할 때 신는 신발), 능견난사(공양 그릇) 등 109점의 유물이 전시된다. 특별전 기간 송광사에서는 국사전에 보관 중인 16국사 진영을 대웅보전으로 이운한 뒤, 영산재 등 전통 불교의식을 진행하는 보조국사 종재도 치러진다.

송광사 주지 영조 스님은 "한국 불교가 세계에 자랑할 것은 반듯한 선공부 전통"이라며 "800주기를 맞아 진행하는 행사들은 수행자 본연의 자세를 중시했던 보조국사의 '목우가풍(牧牛家風)'을 오늘에 되살리는 데 역점을 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목우자(牧牛子)'는 지눌의 호. 7~8월에는 정혜결사를 체험하는 템플스테이도 진행된다. 정혜결사는 고려 무신정권 시기 권력과 결탁하거나 기복주의로 흐르던 종교를 개혁한 지눌의 정화 운동이다.

지눌의 사상을 학술적으로 재조명하는 작업도 예정돼 있다. 보조사상연구원은 가을 '보조지눌의 사상과 현대사회'를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연다. 종교, 사회, 철학, 심리학 등의 관점에서 지눌을 되짚는다. 11월 발간을 목표로 <보조국사 지눌 평전> 집필도 진행 중이다. 지눌의 삶과 사상에 대한 소개를 넘어 고려시대 사상사 전반을 집성하는 작업으로, 강건기(전북대) 최병헌(서울대) 권기종(동국대) 교수 등과 박상국 한국문화유산연구원장이 저자로 참여한다.

지눌이 남긴 저서들을 한글로 번역한 <보조전서> (전 5권)도 5월 출간된다. 지눌 사상의 핵심을 담고 있지만 번역된 적이 없던 <화엄론절요> 등의 주요 저서가 망라돼 있다. 영조 스님은 '정혜결사문'의 일부를 소개하며 지눌의 사상이 현대에 갖는 의미를 설명했다. "결사문은 '불법을 빙자하여 나와 남을 분별하고 이양(利養ㆍ이익만 좇음)의 길에서 풍진에 젖은 채 도덕은 닦지 않고 옷과 밥만 허비하면'과 같은, 말법의 시대를 한탄하며 자성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보조국사의 간절한 자기성찰, 호시우행의 실천은 8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종교가 떠맡아야 할 역할일 겁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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