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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강진 대참사/ 눈뜨기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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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강진 대참사/ 눈뜨기가 두렵다

입력
2010.01.15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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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같은 밤이 지나고 날이 밝자 아이티인들은 참혹한 상황에 말을 잇지 못했다.

건물들은 폐허로 변했고 거리 곳곳에는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널부러져 있었다. 피해가 집중된 수도 포르토프랭스에는 하얀 재를 뒤집어쓴 생존자들이 가족들의 이름을 부르며 유령처럼 거리를 헤매고 다녔다.

수십차례 여진이 이어져 사람들은 지대가 낮고 평평한 광장에 모여 찬송가를 부르고 기도하며 두려움을 이겨내고 있다.

1900년대 이후 최악의 지진 될 수도

아이티에서 12일(현지시간) 발생한 7.0의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수가 최대 50만명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올 정도로 상황은 극단적이다. 유리 라토추 아이티 상원의원은 "희생자가 50만명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밝혔다.

르네 프레발 대통령도 CNN과의 인터뷰에서 "사망자수를 언급하기엔 이르다"며 "거리 곳곳에 시신이 널려있다. 이 상황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 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사망자 수가 혼선을 빚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1900년대 이후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지진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최악은 1976년 24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중국 탕산(唐山) 지진이었다. 최근에는 2004년 12월26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을 강타한 규모 9.1 지진이 22만7,898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길거리에 시체가 즐비

생존자들의 상황도 악화하고 있다. 지진이 발생한지 이틀이 지났지만 딱히 건물에 매몰된 사람들을 구조할 방법이 없다. 집에서 가져 나온 도구로 흙을 파내고, 부상자들을 손수레나 들것을 동원해 병원으로 나르고 있지만 병원 역시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수도 포르토프랭스 병원 가운데 붕괴되지 않는 병원은 딱 1곳인 것으로 알려졌다. 곳곳에 임시 치료소가 마련됐지만 붕대와 소독약 등 의료품이 턱없이 부족하다. 한 의사는 "치료 여건이 못돼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염병의 대유행도 경고되고 있다. 거리마다 시체들이 쌓여 있고, 식수조차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도소가 붕괴돼 재소자들이 탈출하는 사태도 빚어졌다.

국제사회 구호 손길 속속

적십자사는 900만명의 아이티인중 3분의 1 이상이 긴급 구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프레발 대통령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AP 통신은 프레발 대통령이 인근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대피했다는 소문이 퍼져 아이티 국민들과 세계가 분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호 진척이 더디지만 세계 각국에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미군 공수부대 3,500명이 부상자 이송과 치안 유지를 위해 14일 아이티로 향했으며, 미국은 군 수송기와 항공모함 USS 칼빈슨 호도 급파했다. 프랑스와 러시아도 구조장비와 탐지견을 보냈고 일본 정부는 500만달러의 긴급무상자금과 텐트 등 3,000만엔 규모의 긴급 원조물자를 제공키로 했다.

세계은행은 1억달러를 제공하겠다고 밝혔고 유엔도 1,000만달러를 풀겠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프랑스 정부는 14일 자국 내 아이티 출신 불법체류자 추방을 당분간 중지하겠다고 밝혔다.

채지은 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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