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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나눔-희망이 곁에 있습니다] <82> 5년 전 간암 수술후 건강한 인생 정흥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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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나눔-희망이 곁에 있습니다] <82> 5년 전 간암 수술후 건강한 인생 정흥영씨

입력
2010.01.15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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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간 이식 수술을 받은 정흥영(48)씨. 정씨의 인생에 잊을 수 없는 해가 두번 있다. 한번은 죽을 고비를 극복한 2005년, 그리고 또 한번은 삶의 자신감을 되찾게 해준 2008년이다.

2005년 5월 그는 간암 판정을 받았다. 당시 생활하던 장애인 공동체에 생활비라도 보태려고 덤프트럭 운전을 하다가 스트레스성 간경화 판정을 받은 지 3년 만이었다. 술 담배를 즐기지 않았는데도 일이 고되 병을 키운 것이다. 암 덩어리는 1㎝정도로 크진 않았지만 3개나 자리잡고 있어 치료가 쉽지 않았다. 의료진은 어차피 큰 암 덩어리로 자랄 것이라고 판단, 이식 수술을 권했다. 수술비는 8,000만원. 그의 전 재산을 털어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수술비보다 자신에게 간을 떼 줄 사람을 구하기가 더 막막했다. '돈을 잘 버는 것도 아니고, 내세울만한 재주도 없는 사람이 어떻게 생명을 구걸하겠느냐"는 생각에 포기하기로 마음 먹었었다. 그러나 세상이 그를 죽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간암 판정을 받은 것을 식구들에게 알리지 말아달라고 어머니에게 부탁했지만 형 내외의 귀에 소식이 흘러 들어갔다. 당시 휴가를 나왔던 조카가 선뜻 간 기증 의사를 밝혔고, 검사 결과 이식 적합 판정을 받았다. 기증자가 나서자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친척과 지인들이 십시일반으로 수술비를 모았다. 암 판정을 받은 지 3개월 만에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새 삶을 얻기까지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간 이식 환자 대부분이 겪는 담도폐쇄증으로 수술 한 달 후부터 극심한 고통이 밀려왔다. 자신의 간을 모두 잘라내고 조카의 칸 70%를 잘라 붙였기 때문에 혈관들이 자리를 잡아가는 데도 고통이 뒤따랐다. 근 1년간 대학병원 응급실을 제 집 드나들듯 하고서야 겨우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장씨는 "조카의 간 기증, 주위 사람들의 수술비 모금, 통증과의 사투에다 신이 더 살도록 허락했기 때문에 '덤의 삶'을 얻었다"고 말했다.

사랑을 나누는 일은 장씨의 전부다. 21년 전인 27살 때 '땀 좀 흘려 좋은 일 해보자'는 동네 선배를 따라 나선 게 시작이었다. 낮에는 등짐을 져 장애인 시설을 만들고, 저녁에는 장애인들과 같이 먹고 자면서 '내가 이렇게도 쓰일 곳이 있구나'라는 행복감에 젖었다. 그는 아예 자신이 지은 경기도의 한 시설에 눌러 앉았다. 막노동이라도 해서 손에 돈을 쥐면 모조리 공동체에 기부했다. 장애인 시설에서 만난 원장과 8년 전 결손 가정 아이들의 집을 만든 뒤에도 생활은 변하지 않았다. 결혼도 하지 않고 강산이 두 번 바뀌도록 그렇게 살았다. 간 이식을 받은 후 그의 사랑 나눔은 더 뜨거워졌다.

"장기 이식에 있어서 1 빼기 1은 0이 아니라 2입니다. 한 사람의 사랑으로 두 사람을 살게 하는 숭고함의 결정체죠." 물론 그도 이식을 받기 전에는 여느 사람들과 같이 '왜 내 몸뚱이를 다른 사람에게 줘야 하느냐'고 생각했었다. 사체 기증을 하겠다는 어머니를 뜯어말렸던 그였다.

정씨에게 있어 2008년은 장기이식으로 단순한 목숨 연장이 아닌, 보다 나은 삶을 추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해이다. 그는 장기를 이식 받거나 기증한 사람도 일반인보다 더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했다. 그러던 중 제약회사 한국노바티스가 후원한 '희말라야 생명나눔 원정대' 대원으로 참가하는 기회를 잡은 것이다.

산소가 희박한, 그래서 정상인조차 쉽게 발을 들이지 못하는 얼음바다 속의 섬 아일랜드 피크(해발 6,189m). 그는 그곳 정상에 서서 함께 생활하고 있는 결손 아동 9명의 이름을 목청껏 부르기로 마음 먹었다. 그러나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극심한 허벅지 통증으로 정상을 목전에 둔 12월 21일 베이스캠프에 남았다. 분한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는 "정상에 못 올라도 좋으니 건강하게만 다녀오라"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담긴 테이프를 들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여기까지 도전한 것만으로도 정상인 못지 않은 몫을 해냈다고 자신을 다독거렸다. 당시 모습이 눈 앞에 그려지는 듯 정씨의 눈가가 젖어 들었다. 그는 잠긴 목소리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게 우리 아이들이라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다"고 말했다.

아이들 이야기가 시작되자 장씨의 얼굴 가득 웃음이 번졌다. 눈살에 파묻혀 눈이 보이지 않는 하회탈 웃음이었다. 그는 "큰 놈은 과묵하지만 리더십이 강하고, 둘째는 분위기 메이커이며, 셋째는 축구를 좋아한다"는 등 자랑에 여념이 없는 것이 딱 아버지였다. 아이들이 삶에 어떤 의미인지를 묻자 예의 무뚝뚝한 대답이 돌아왔다. "부모가 자식을 키우면서 의미를 두나요. 그냥 바라만 좋은 가족이죠." 우문현답이다.

결손 가정 아이들과 같이 생활하는 곳을 보고 싶다고 하자 정씨는 "꼭 그래야만 磯摸?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 완강히 거부했다. 그는 "'덤 인생'을 살고 있는 입장에서 제 이름 알리려고 아이들 얼굴을 공개하는 짓은 절대 하지 않았다"고 못박았다. 아이들이 친구들에게 놀림거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

그의 소망도 평범한 부모들이 갖는 것과 한 가지다. "공부를 잘 하지 못해도 몸과 정신이 건강하게만 자라줬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했다. 그리고 "한 가지 욕심을 더 내자면 형편이 좀 나아져서 축구 좋아하는 셋째에게 멋진 축구화와 축구공을 선물하고 싶다"며 겸연쩍은 듯 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

찬 바람 들세라 창문마다 문풍지를 덧대고, 아이들에게 먹일 채소를 키우느라 갈라진 손에 더께가 묻어났다. 한 푼이라도 아껴야 아이들 자장면 회식이라도 시켜줄 수 있다며 4년째 자르지 않은 긴 머리를 노란 고무줄로 질끈 동여맨 채 예의 하회탈 웃음을 지어 보이는 장씨. 그가 자신을 두고 일컬었던 '덤의 삶'이 겨울 햇살에 밝게 빛났다.

파주=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 한국노바티스의 사회공헌 활동

스위스에 본사를 둔 한국노바티스는 세계적 제약기업이란 위상에 걸맞게 전방위적 사회공헌활동을 벌이고 있다. '돌봄과 치료'를 모토로 한 활동들은 치료비용 지원, 생명과학분야 투자, 공익 캠페인 등으로 집약된다.

가장 눈에 띄는 활동은 글리벡 환자 지원 프로그램이다. 2001년 4월부터 2003년 2월까지 만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 460명에게 치료제인 글리벡을 무상으로 공급했다. 2003년부터는 본인부담금 5%를 부담해 국내 백혈병과 전이성 위장관 기저종양 환자 3,000여명이 무료로 글리벡을 복용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말단비대증 조기 발견을 위해 혈액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말단비대증재단을 통해 치료비 일부도 지원하고 있다.

생명과학 발전을 위한 연구개발 지원 프로그램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10월 보건복지가족부와 체결한 연구개발 양해각서다. 이를 통해 노바티스는 2013년까지 5년간 1,250억원을 투자,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에 재정적 투자와 기술적 자문을 하는 등 관련 분야 육성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기술 교류도 주요 추진사업의 하나다. 2004년부터 매년 '한-스위스 바이오메디칼 심포지엄'을 열어 두 나라 기초생명과학자들의 교류 활성화에 기여해왔다. 2007년부터는 '성균관대학교-노바티스 글로벌 신약개발 전문가 과정'을 통해 고급인력 양성에도 한몫하고 있다.

건강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도 노바티스의 관심 분야다. 장기 기증자는 건강하지 않을 것이라는 오해를 씻기 위해 꾸린 '히말라야 생명나눔 원정대'가 대표적이다. 장기 이식자와 기증자 10명으로 구성된 원정대는 2008년 12월 일반인도 오르기 힘들다는 아일랜드 피크(해발 6,189m) 등정에 성공했다. 유방암 환자들이 자신감을 갖고 즐겁게 살 수 있도록 한국유방암 환우 연합회의 활동을 후원해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 밖에도 환자와 의료인간 벽을 허물기 위해 의사가 직접 환자와 의료 현장의 생생하고 다양한 모습을 찍은 '노바티스 MD 포토 공모전', 환자들이 의사들의 모습을 담은 '고맙습니다 사진 공모전' 등을 열고 있다. 하승혜 홍보팀 차장은 "환자를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 정신에 따라 국내 생명과학분야 발전과 환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항상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정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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