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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한복디자이너 김혜순 "한복 속옷의 농밀한 관능에 빠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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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한복디자이너 김혜순 "한복 속옷의 농밀한 관능에 빠졌어요"

입력
2010.01.15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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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속옷이 얼마나 섹시한지 아세요? 서양식 브래지어와 팬티로는 흉내도 낼 수 없는 농밀한 관능이 숨어있는 옷이에요."

TV드라마 '황진이'의 한복디자인으로 유명한 김혜순(54)씨는 요즘 한복 속옷의 멋에 흠뻑 빠져있다. 조선시대 왕의 복식 300여점을 원단부터 제작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고증을 통해 재현한 역작 <왕의 복식> 을 펴낸 지 두 달 남짓, 한숨 돌릴 만도 하건만 벌써부터 올 가을 전시 및 출간을 목표로 <조선의 속옷> (가제) 작업에 착수 했다.

"여성들이 속옷을 단지 위생 차원에서 입는 건 아니잖아요. 겉옷과 마찬가지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마음, 누가 봐주지 않더라도 나만의 내밀한 즐거움과 호사를 위해 입죠. 하의만 5~6가지에 이르는 조선시대 속옷은 은밀해서 더 강렬한 옛사람들의 관능의 세계에 닿는 징검다리이기도 합니다."

김씨가 말하는 한복 속옷의 관능은 겉 저고리 바탕에 은은하게 비치는 속적삼이나 치마를 접어 올려 입는 방식에 따라 겉치마 아래로 드러나는 무지기(일종의 패티코트) 치마의 호사스러움, 밑을 튼 고쟁이의 농염한 멋 등 다채롭다. 지금까지의 한복디자인이나 연구가 겉 태에 집중된 것과 달리 한복의 속살을 드러내는 첫 시도인데다 상품화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라 의미가 크다. GS홈쇼핑이 현재 김씨와 함께 한복 속옷 브랜드 런칭을 협의하고 있다.

디자이너와 패션업체의 협업은 그간 현대패션 디자이너들에게 집중됐지만 최근엔 '한(韓)스타일'의 가능성을 높이 산 업체들이 한복계에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김씨는 한복디자이너로는 처음 고가 수입브랜드인 펜디와 콜래보레이션을 진행했다. 지난 연말 자선바자행사에서 '펜디 바이 김혜순' 이름을 달고 나온 백은 1,000만원대의 고가에 판매됐다. 일본의 유명 캐릭터 헬로키티 인형에 한복을 입히고 트레머리를 얹는 작업도 했다. 앙증맞은 한복차림의 헬로키티 인형은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정월 초사흘부터 러시아에서 한복쇼를 열고 이달 27, 28일에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한국문화원 개관기념 패션쇼, 3월엔 일본 구마모토현 초청 기모노와 한복 공동 패션쇼, 10월 한ㆍ세이셀공화국 친선 패션쇼 등 벌써 1년 스케줄이 꽉 찬 바쁜 일정이지만 국제어린이양육단체 컴패션 홍보대사인 차인표 신애라 부부와 함께 자선 한복쇼도 기획하고 있다. 더 나이 들기 전에 나눔을 실천하겠다는 생각은 올해 들어 확고해졌다.

"올해로 한복인생 28년째입니다. 남 보기엔 미련스럽게도 집과 학교(현재 원광디지털대학교 한복학과 겸임교수다), 매장을 쳇바퀴 돌며 한복짓기와 연구에만 몰두했는데 그것이 적잖은 저작물과 전시, 한복사업을 꾸려온 힘이 됐지 싶어요. 앞으로 한 5년 더 열심히 일한 뒤 수천점에 달하는 다양한 한복작품들을 국가기관에 기증해 후학들에게 작은 보탬이 됐으면 하는 게 바람입니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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