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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가고 싶은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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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가고 싶은 섬'

입력
2010.01.15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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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정말로 마음에 쏙 드는 말을 했다. 유 장관은 지난 주말 경남 통영 매물도와 전남 완도 청산도 주변을 방문한 뒤 "이런 개발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뒤엎을 생각"이라고 거칠지만 단호하게 약속했다. 풍광 좋고 전망이 뛰어난 곳은 어김없이 펜션을 짓는 공사판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6년 정부는 여론조사 형식으로 '가고 싶은 섬'을 골랐는데, 매물도 청산도 외에 전남 신안 홍도, 충남 보령 외연도 4곳이 우리나라 섬 중 대표로 뽑혔다. 2007년부터 이 섬들에서 관광개발을 위한 '가고 싶은 섬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내년까지 총 458억원이 투입될 '가고 싶은 섬 사업'의 목표는 좋았다. 아름다운 경관과 특유의 향취를 살려 문화를 감상할 수 있게 하며, 관광객이 불편하지 않게 물ㆍ전기를 공급하고 편의시설을 정비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화 감상의 명분은 상가와 유흥가 난립 쪽으로 변질될 기미를 보이고, 관광객 불편해소 방안은 외지 투기꾼들이 지어대는 호화 펜션들로 채워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섬의 특징을 살리면 관광객은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사람들이 많이 온다고 펜션을 계속 지으면 어느 시점부터 발길이 끊긴다"는 유 장관의 지적에 백 번 공감한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서쪽 끝에 위치한 매물도는 고즈넉한 섬마을의 대명사로, 자생 풍란이 장군봉(127m)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다도해에선 드물게 300m가 넘는 산봉우리가 3개나 있는 청산도에는 고분과 지석묘, 옛 성터 등 문화재가 많다. 주변 자체가 하나의 다도해인 홍도의 절경이야 새삼 설명할 필요가 없을 터. 멀리 흐트러진 연기처럼 보이는 외연도는 중국의 닭울음 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는데, BC 3세기 중국 제(齊)나라의 유적까지 남아 있다. 이들 4곳은 '가고 싶은 섬'에 선정됐다는 이유로 10여 년 후면 '뱃길 유원지'로 전락할지 모른다.

▦우리는 왜 그러한 섬을 찾는가. 뱃길에서 섬을, 섬에서 바다를 바라본다. 그 곳에 안겨 향취와 문화와 역사를 느끼고, 맨몸으로 자연과 친하게 지내온 주민들로부터 삶을 배운다. 유흥가나 노래방, 호화 펜션이라면 관광객들이 사는 도시 주변에 더 훌륭하게 널려 있다. 사업을 중단하자는 게 아니다. 섬과 주민을 살리는 방식이 되어야지, 섬을 죽이고 업자만 살찌우는 '유원지 개발'은 안 된다는 얘기다. 유 장관의 시찰을 계기로 중간점검을 하여 내달 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계획이라 한다. 정말 무슨 수를 쓰더라도 현재와 같은 개발은 뒤집어 엎어야 한다.

정병진 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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