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액수지만 어려운 이웃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수감 중인 사형수가 복역 기간 중 모아온 영치금 300만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냈다. 서울구치소에서 11년째 복역 중인 이규상(42)씨다.
이 훈훈한 사연은 8년 전 이씨와 만나 상좌이자 자식으로 인연을 맺은 사형수 교화승 삼중 스님이 7일 이씨에게 받은 편지를 공개하면서 밝혀졌다.
이씨는 편지에서 “제가 오랫동안 모아둔 영치금이 있어 모금회에 기부를 했다”며 “기부금이라고 하기에는 미천하지만 가난하고 어려운 환경에 있는 사람들에게 작은 보시하는 마음”이라고 기부 동기를 밝혔다. 더불어 그는 “다시는 저와 같은 (불행한) 사람이 없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15일 편지를 공개한 삼중 스님은 “수십 년 교화활동을 해오면서 사형수들로부터 많은 편지를 받아봤지만 이렇게 뜨거운 감동을 느끼기는 처음”이라며 “언제 죽을지 모르는 극한의 심경 속에서 살아가는 사형수의 기부가 사회에 따뜻한 메시지를 전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홀어머니와 함께 살며 가난과 구박, 좌절과 분노 속에서 불행하게 살아온 이씨는 돈이 없어 수업 준비물을 챙겨가지 못해 선생님에게 두들겨 맞은 게 부지기수였다. 소풍 한번 제대로 가본 적도 없다.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던 이씨는 청소년기에 자연스럽게 주먹세계로 빠져들었고, 급기야 30대 초반에는 살인사건에 연루돼 사형 선고를 받기에 이르렀다.
이씨는 편지에서 “그토록 저주하고 싶었던 기억들을 모두 내려놓고 이제는 새로운 마음으로 출발하고 싶다”는 심경을 밝혔다. 이어 “지은 죄를 참회하고 좋아하는 연필화를 더욱 열심히 공부해 스님에게 꼭 효도하겠다”고 약속했다.
전주=최수학 기자 s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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