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학화장품은 한방화장품 시장을 뛰어넘는 초대박 상품이 될 수 있을까? 새해 벽두부터 화장품업계가 생명공학, 특히 줄기세포 배양기술을 이용했다는 화장품들을 쏟아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화장품성분 금지성분에 줄기세포 배양액을 포함시킬 것인가 아닌가가 초미의 관심사였던 지난 연말, 줄기세포 배양액은 일단 금지성분에서는 제외됐지만 정식으로 허용된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황. 업계는 생명공학화장품 시장을 여는 첫 단추는 꿰어진 상황이라며 한껏 꿈에 부풀어 있다.
줄기세포화장품의 포문은 LG생활건강이 먼저 열었다. 이 회사는 지난 11일 차바이오앤디오스텍과 협력해 '재조합 줄기세포 배양액 핵심성분'을 사용한 최첨단 줄기세포화장품 '오휘 더 퍼스트'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원료물질 개발을 주도한 차형민 차줄기세포연구센터장은 이날 발표회에서 "기존 줄기세포화장품이 피부 속에 존재하는 노화된 성체줄기세포를 활성화하는 성분을 담은 화장품이라면, 이번 신제품은 배아줄기세포 기술을 이용해 태초의 세포 재생능력을 피부세포에 넣어주는 역할을 하는 제품으로 피부 재생 효과에 있어서 획기적인 진보를 이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지함화장품도 피부줄기세포 활성화제를 포함한 화장품을 이달 말 출시한다. 22일 발표회를 앞두고 있는 이 회사 관계자는 "이름을 밝히긴 어렵지만 국내 바이오업체와의 제휴로 피부줄기세포 활성화 물질 및 녹차줄기세포 추출물이 든 화장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더페이스샵은 세계 최대 해양화장품 원료회사인 프랑스 바이오텍마린사와 공동연구를 통해 '마린 스템셀 셀 리프팅'제품을 12일 출시했다. 프랑스 브리타뉴 지방의 해양식물인 함초에서 추출한 줄기세포 성분을 원료로 해서 피부탄력 증대를 가져온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줄기세포화장품 중에서도 주목을 받는 부문은 식물성이 아닌 피부줄기세포를 이용했다는 제품들이다. 화장품업계서 특히 주목하는 것은 배아줄기세포. 다른 어떤 세포보다도 발생학적 초기단계, 즉 생명의 시초가 되는 세포에서 유래된 줄기세포로 무한대의 증식능력을 지녀 노화되지 않고 젊음을 유지하는 세포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배아줄기세포를 활용할 경우 화장품의 꿈인 '영원한 젊음'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하지만 피부 배아줄기세포 사용을 섣불리 주장하기란 쉽지 않다. 식약청에서 아직 피부줄기세포 배양액을 정식 화장품 원료로 공식 지정하지 않았고 실제 화장품에 배양액을 직접 사용하는 것은 효능 이전에 안전성을 담보해야 하는데 아직은 선결과제가 많다. 일반적인 독성 시험 외에도 바이러스 감염 여부, 배양액 내에 핵산 등 DNA 정보가 들어있는지 등을 검증해야 하기 때문. 해외에서도 안전성 여부에 대해 엇갈린 시각을 지니고 있어 미국에서는 줄기세포 배양액을 화장품에 사용하는 것이 허용됐지만 EU에서는 금지목록에 올라있다.
안전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화장품업계는 '재조합'이라는 우회로를 내놓고 있다. LG생활건강이 줄기세포 배양액 앞에 재조합이라는 용어를 첨가해놓은 배경이다. 진짜 줄기세포 배양액이 아닌 인공 배양액, 즉 줄기세포 기술에서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는 차바이오앤디오스텍에서 줄기세포 배양액 성분의 비율대로 합성해 만든 원료를 화장품에 사용했다는 설명이다.
LG측은 "인공 눈물이나 인슐린 주사제처럼 인공 배양액도 실물과 똑같은 효과를 낸다"고 주장하고 있다. 성유진 마케팅홍보담당은 "아직 줄기세포 배양액의 화장품 원료 허용여부가 투명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인공 배양액 사용이) 최상의 선택"이라고 밝혔다.
안전성 관련 논란과 상관없이 줄기세포화장품에 대한 업계의 러브콜은 뜨겁다. 화장품업계 한 관계자는 "한방화장품 이후 후속타가 없던 시장에 생명공학화장품은 다시 한 번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계기가 되고 있다"며 "속도와 규모 면에서 한방화장품과는 차원이 다른 큰 시장 형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국내 화장품 시장은 지난해보다 11% 정도 성장한 8조2,000억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 줄기세포화장품엔 줄기세포 없어요
줄기세포화장품엔 줄기세포가 들어갔을까? 아니다. 줄기세포는 살아있는 물질로 화장품에 넣으면 그 즉시 죽은 세포가 된다. 분화, 재생능력이 모두 없어지는 건 불문가지.
현재의 기술로 줄기세포를 살아있는 채로 화장품에 포함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으며 만약 있다 해도 각 사람의 본인 줄기세포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문제에 봉착한다. 따라서 현재 줄기세포화장품이란 줄기세포 배양액 성분 또는 줄기세포 활성화 성분을 넣었다는 의미로 통용된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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