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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에…" 노사 무분규교섭 32배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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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에…" 노사 무분규교섭 32배 증가

입력
2010.01.15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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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음성군에 있는 외국계 자동차 부품 업체 한국보그워너티에스는 2008년 자동차 산업의 전 세계적 불황으로 매출액이 40% 이상 감소해 부도 위기에 처했다. 경영진은 당장 한 푼이 아쉬웠고 직원들은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두려움에 떨었다. 이때 노사가 선택한 것은 대결이 아닌 고통 분담이었다. 지난해 임금 교섭에서 노조가 주 3, 4일제 시행과 임금 20~25% 삭감안을 제시하자 경영진은 직원 190명 전원 고용 보장으로 화답했다. 회사는 경영합리화를 통해 위기에서 벗어났고 2009년 노동부 산하 노동복지재단이 선정하는 '일하고 싶은 중소기업'에 올랐다.

노사 상생의 협력 문화가 조금씩 싹트고 있다. 과도한 임금 인상 요구, 무분별한 파업, 일방적 구조조정으로 얼룩졌던 노사 관계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13일 노동부에 따르면 직원 30명 이상이거나 노조가 있는 사업장 가운데 노사 간 양보로 임금 교섭을 타결한 경우가 2008년 115건에서 2009년 32배인 3,722건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 동결이 2,931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임금 반납 및 감소 434건, 무교섭 137건, 기업 내부 유연성 증진 110건, 무파업 100건, 복리 후생 축소 10건 순이었다.

범위를 넓혀 양보 교섭을 통한 고통 분담은 아니지만 노사가 협력하기로 선언한 경우를 포함하면 2008년 2,689건에서 2009년 2.4배인 6,394건으로 증가했다. 한국노총 산하 사업장에서의 양보 교섭과 협력 선언은 2008년 552건에서 1,274건으로, 민주노총 산하 사업장에서는 90건에서 308건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상급 단체인 양 노총이 비정규직 관련 법, 노조법 등 각종 정치 현안에 대응하기 위해 강성 기조를 유지했지만 이와 별개로 산하 사업장에서는 노사 간 협력적 관계가 정립됐던 것이다.

이처럼 노사 상생의 분위기가 확산된 것은 역설적으로 경기 침체의 탓이 컸다. 절박한 생존 위기 앞에 노사 모두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임금 교섭에 합의한 100인 이상 사업장 5,168개의 평균 임금 인상률은 1.7%로 전년의 4.9%에 비해 3.2% 포인트 하락했다. 1998년 외환 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 중 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한 사업장은 2,329개(45%)로 2008년 774개의 3배였다.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도 주효했다. 지원금 총액은 2008년 306억원에서 2009년 3,102억원으로 늘었다. 고용을 유지하는 데 따른 비용 부담이 줄면서 노사가 양보 교섭에 쉽게 합의할 수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향후 경기 회복에 따른 임금 인상 요구 증가, 정부 지원금 감소 등 상황 변화를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양보 교섭이 단기적으로 기업과 국가 경제의 위기 극복에 도움을 주는 긍정적 역할을 했지만 노사 문화의 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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