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 세종시 갈등을 바라보는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의 속내는 복잡하다.
6ㆍ2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하는 후보들은 한나라당 내홍을 지지도 상승의 계기로 삼으면서 쾌재를 부르고 있다. 하지만 세종시 싸움에서 야당들의 존재감은 부족하고 정치적 과실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다 따먹을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세종시 싸움의 민주당 내 최대 수혜자 중 한 명은 충남지사 출마를 준비 중인 안희정 최고위원이다. 안 최고위원은 충남 지역 수정안 반대 여론을 등에 업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었던 안 최고위원이 노 전 대통령의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꿈을 이어간다는 명분도 있다. 한 당직자는 13일 "지역 여론조사에서 안 최고위원의 지지도 상승세가 뚜렷하다"고 전했다.
경기지사에 도전하는 민주당 김진표 의원처럼 공격 소재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김 의원은 이날 "김문수 경기지사는 12일 수정안을 환영한다고 했다"며 "수도권에서 삼성LED를 빼면 수도권 협력업체, 연구기관이 줄줄이 빠져나갈 텐데 삼성이 빠져나가는 걸 환영한다는 것이냐"고 공박했다.
그러나 야권의 고민도 깊다. 세종시 입법투쟁에서 원안 사수 등 성과를 낸다 해도 그 공(功)은 민주당이 아닌 박근혜 전 대표에게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날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충청권 대상 조사에서도 세종시 사안에서 충청 민심을 가장 잘 대변하는 정치세력은 '박근혜 전 대표 등 한나라당 친박계'라는 답이 28.8%로 가장 많았다. '정세균 대표 등 민주당'이라는 답은 21.2%에 그쳤다.
자유선진당의 속내도 민주당과 다르지 않다. 지방선거 때까지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박근혜 전 대표의 존재감에 묻힐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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