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필명과 본명 사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필명과 본명 사이

입력
2010.01.15 07:25
0 0

지지난핸가 싶다. 서울서 있었던 소설가 김동리 선생의 유품전에 갔다가 전시된 주민등록증을 보았다. 내가 학교 학생일 때 배웠고 내가 중학교 국어선생일 때 가르쳤다, 김동리는 필명, 본명은 김시종이라고. 김소월은 김정식, 김영랑은 김윤식, 조지훈은 조동탁, 필명 뒤에 숨은 본명을 열심히 가르쳤다. 시험문제에까지 출제했었다.

주민등록증에 적혀 있는 김동리 선생의 본명은 '김창귀(金昌貴)'였다. 내가 선생시절 아이들에게 가르친 동리 선생의 본명이 틀렸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그날 저녁에 있었던 한국작가회의 이사회에 참가했다가 동리 선생의 애제자였던 R시인에게 물어봤다. '김시종'이라 했다. 최근 필명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사생활이 감춰지지 않는 초고속 인터넷 시대, 본명을 쓰는 문인은 작품은 물론 개인사와 가족사까지 쉽게 드러나고 만다.

드러나는 순간, 복제되어 천파만파로 퍼져나간다. 만약 '가케무사' 같은 필명을 가졌다면 작품과 문단의 일 외에는 보호막을 가질 것이다. 본명을 아무도 모르게 꼭꼭 감추고 산다면, 본명과 필명 사이에 나를 감추고 사는 재미도 분명 있을 것이다. 내 시를 흉보는 독자들과 함께 맞장구치면서 토론을 할 수도 있을 것인데 아, 필명을 쓰기에 나는 너무 늦었다. 지난 연말 경주 동리목월문학관에서 보내온 팸플릿에는 동리 선생의 본명이 김창귀로 바로잡혀 있었다.

시인 정일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